배구는 신사의 스포츠로 비유된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선수들끼리 몸을 부딪히지 않는 종목이기 때문에 매너가 중요시 된다. 때문에 배구 선수들은 공격을 성공한 뒤 네트와 상대 선수들을 등지고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친다. 선수들끼리 지키는 관례다.
하지만 논란의 장면이 연출됐다. 2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현대캐피탈-KB손해보험의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1라운드 경기. 2세트 12-18로 뒤진 상황에서 '토종 거포' 김요한(KB손보)이 공격을 성공시킨 이후 현대캐피탈 코트를 바라보면서 주먹 감자 세리머니를 했다. 심판, 구단 프런트 등 현장 관계자들은 순식간에 일어난 김요한의 비신사적 행위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중계방송 화면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경기가 끝난 뒤 현대캐피탈은 김요한의 세리머니를 한국배구연맹(KOVO)에 항의했다. KOVO 측은 "경기위원들이 모여 문제의 행위에 대해 사후분석을 했다. 경기위원회는 징계까지 할 만한 수위의 비신사적 행위는 아니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김요한은 왜 이같은 세리머니를 했을까.
26일 KB손보 구단을 통해 김요한의 행동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김요한의 주먹 감자의 대상은 현대캐피탈이 아닌 KB손보 세터 양준식이었다. KB손보 관계자는 "양준식이 자신의 토스가 낮았다며 김요한에게 미안함을 표시하기 위해 다가갔을 때 김요한이 친분이 두터운 양준식과 평소 장난치듯이 한 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가벼운 행동이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다. 김요한의 공격 이후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곧바로 돌아서서 세리머니를 인지하지 못했기에 망정이지 한 명이라도 봤더라면 도발의 의미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무엇보다 김요한을 비롯해 배구 선수들은 입조심도 해야 한다. 공격이 실패한 뒤 아쉬움을 토로하는 장면에서 욕설이 그대로 중계화면에 잡힌다. 누가봐도 욕설의 입모양이다.
배구 팬들은 성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배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족 단위의 팬들도 경기장을 많이 찾는다. 특히 시청률도 높다. 방송중계를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의 욕설과 비신사적 행위는 제 살을 깎아먹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KOVO는 각 구단에 공문을 발송, 비신사적 행위와 욕설에 대해 경고하기로 했다. 코트 안에서 좀 더 신중함이 요구된다.
한편, 26일 열린 V리그 경기에서는 남자부 OK저축은행이 대한항공과의 접전 끝에 3대2(25-18, 25-22, 22-25, 16-25, 15-13)로 신승했다. 여자부 흥국생명은 한국도로공사를 3대2(25-11, 25-19, 18-25, 20-25, 15-10)로 따돌렸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