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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투'는 없었다. 전후반 40분 간 녹색 그라운드엔 웃음 만 넘쳐 흘렀다. 몸싸움 뿐만 아니라 헤딩도 마다하지 않는 투지로 분위기를 달궜지만, 훈훈함을 잃지 않는 풍경이었다. 스로인을 하다 몸싸움을 하는 친구들이 웃겨서 웃고, 골대를 넘기는 슛을 해도 좋아서 웃었다. 목이 쉴 정도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선생님들도 좌충우돌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결국 박장대소 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닌 '즐기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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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더 이상 남자 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자 축구 발전과 발맞춰 최근 중-고를 중심으로 '축생축사' 여학생들의 숫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모두 '엘리트'가 아닌 '일반 학생'이다. 정규 교과 시간을 마친 뒤 학원 대신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며 '지덕체'를 완성해왔다. "여자가 무슨 축구냐"며 반대하던 부모들도 자녀들의 경기를 본 뒤 '열혈팬'으로 거듭나는 모습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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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컵은 석정여고의 차지였다. 전반 막판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한 석정여고는 후반에 2골을 더 추가, 3대0으로 쾌승했다. 승자와 패자는 없었다. 경기 뒤 각자 이름을 적은 축구공을 교환하는 두 팀 선수들의 표정엔 아쉬움이 한가득이었다. 패한 내서여고 선수들은 축하를, 석정여고 선수들은 위로를 건네는 모습은 '승부'가 지배하는 프로들의 세계와는 차원이 다른 '순수함'이었다.
입시전쟁에 내몰린 여고생들에게 '운동장'은 여전히 멀게 느껴진다. 박은천 내서여고 교사(37)의 목소리엔 깊은 울림이 있었다. "체력이 있어야 공부도 한다. 운동장이 많아질수록 아이들도 건강해진다." 그는 "학생들이 '운동하니까 공부를 못한다'는 목소리를 듣기 싫어한다. 방과 후 3시간 축구를 하는 시간이 스트레스의 유일한 해방구라는 점을 잘 안다. 그래서 공부도 더 노력해서 하는 편"이라며 "클럽 활동을 함께 한 5명의 고3 수험생 중 2명이 수시모집에 합격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순간 더 성장하기 마련"이라며 "운동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쉽게 동기부여를 만들 수 있는 존재"라고 말했다.
수시 합격으로 '고3 수험생' 신분을 홀가분하게 떨치고 대회에 참가한 김영림양(18·석정여고)은 우승 뿐만 아니라 5골로 대회 득점왕까지 차지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김 양은 "사실 클럽 활동을 하기 전까진 축구에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TV 뿐만 아니라 게임도 축구를 한다"고 웃었다. 그는 "아빠는 공부와 운동을 함께 하기 힘들다며 반대했는데 엄마에게 허락해달라고 몰래 조르기도 했다"며 "운동장에서 소리를 지르며 뛰면 공부할 때 받던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느낌이었다. 성적도 더 나아진 것 같다"고 숨겨뒀던 '대입 합격 비법'을 밝혔다.
순수, 열정이 감싼 그라운드는 아름다웠다. 축구로 하나된 여고생들은 모두가 '승자'였다.
영암=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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