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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 걸은 한국축구 2015년 대미, 104마을서 장식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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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협, 식스(6장)."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지게에 연탄 세 장만 올린 이정협(부산)을 불러세웠다. 그러더니 연탄 세 장을 더 올리고 이정협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정협은 밝은 미소를 띄우며 배달에 나섰다.

3000장의 연탄이 쌓인 공터에서 연탄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던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엔 직접 배달에 나섰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연탄을 운반할 수 있는 손수레가 도착하자 뒤에서 미는 역할을 담당했다.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에 코가 금새 빨개졌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전혀 추워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A대표팀 사령탑을 수행한 2015년에 수많은 팬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나눠줄 수 있다는데 의미를 부여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내가 좋은 한 해를 보낸 것과 별개로 여기 계신 분들은 항상 도움을 원하는 분들이다"고 밝혔다. 이어 "팀 스포츠를 하는 선수들은 서로 도와야 한다는 것을 안다. 신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6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104마을은 분주했다. 이곳은 1000가구가 밀집해 있다. 이 중 600가구가 연탄을 사용해 추운 겨울을 나야 한다. 대한축구협회가 발벗고 나섰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비롯해 협회 임직원,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코칭스태프, SNS로 뽑힌 축구 팬 22명 등 105명은 연탄 배달에 나섰다. 연탄은 1가구당 150장씩 전달됐다. 협회는 3년 전부터 연탄은행의 도움을 받아 1000만원 상당 1만7000장의 연탄을 배달했다.

배달은 나이와 관계없이 전원이 참여했다. 정 회장이 가장 먼저 지게를 짊어졌다. 그러자 각급 대표팀 지도자들과 선수들도 올해 마지막 힘을 쏟아부었다. 이날 장결희(바르셀로나 후베닐 A)와 함께 막내로 연탄 배달에 참여한 '코리안 메시' 이승우(바르셀로나 B)는 "봉사활동이 처음"이라며 쑥쓰러워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어리기 때문에 체력은 내가 가장 좋을 것 같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수원FC의 K리그 클래식 승격을 일군 조덕제 감독도 봉사활동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조 감독은 "날씨는 춥지만 많은 분들이 오셔서 그 열기에 더운 것 같다"며 농을 던졌다. 그러면서 "올해 좋은 일만 많았다. 봉사활동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여자 축구선수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과 서현숙(인천대교)은 조그마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남자 선수들과 같은 양의 연탄을 날랐다. 앳된 얼굴에는 검은 연탄 자국이 선명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17일 울산에서 2차 소집훈련을 갖는 올림픽대표팀 코칭스태프도 봉사활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운재 골키퍼 코치는 건장한 체격을 활용해 손수레를 앞에서 끌었고, 신태용 감독은 뒤에서 밀어주며 가장 많은 연탄을 날랐다.

구름 위를 걸은 한국 축구의 2015년 대미는 104마을에서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