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야 너 때문에 시청률 떨어지는 거 아니냐."(김종국 코치)
1996년 입단해 14년을 뛰었던 KIA 타이거즈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15일 찾은 장성호(39). 선수가 아닌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전지훈련장에 와보니 모든 게 낯설다. 해설위원 타이틀을 달고 처음 찾은 곳이 타이거즈 훈련장이다. KIA 선수 중 유일한 선배가 최영필(42) 한명 뿐이다. 반갑게 달려가 꾸벅 인사부터 했다. 일찌감치 은퇴하고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홍세완 타격 코치가 동기생이다. 홍세완 코치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대뜸 "KIA 타격'이 안 좋으면 각오해라"고 엄포(?)를 놓았다. 물론, 가까운 친구 사이에 오가는 농담이다.
선수로 전지훈련갈 때는 유니폼 등 챙길 게 뻔해 금방 짐을 쌌는데, 해설위원으로 '출장' 준비를 하면서 당황했다고 한다. 장 위원은 "뭘 가져가야할 지 몰라 이것저것 챙겼넣었는데, 나중에 보니 27kg나 됐다. 선수 시절보다 더 무거웠다"고 했다.
전지훈련장에서 후배들 훈련을 지켜보는 입장이 되니 감회가 새롭다. 프로 첫해에 갔던 하와이 스프링캠프가 떠올랐고, 중국 광저우 전지훈련이 생각난다고 했다. 해태 시절에는 구단 사정이 안 좋아 전지훈련이 한달도 안돼 끝났다. 광저우 전지훈련 때는 8~9층 고층건물에 자리한 숙소를 썼는데, 엘리베이터가 아예 없어 고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그래도 아직까지 프로 첫해 입었던 가슴에 '해태'가 적힌 빨간 유니폼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순정의 사나이'다.
충암고를 졸업하고 타이거즈에서 시작해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를 거쳐 지난 시즌이 끝나고 kt 위즈에서 선수 생활 마감. 20년간 한해도 쉬지않고 2064경기에 출전해 2100안타를 때렸다. '스나이퍼'라는 멋진 별명도 얻었다. kt 구단은 시즌이 시작하면 적당한 시기를 골라 은퇴식을 계획하고 있다. 상대팀이 KIA라면 더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
선수 때부터 '선수 그만두면 한번쯤 야구 해설을 해봐야지' 생각했다. 지도자보다 먼저 방송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았다. 몇 년전 프로야구 선수들이 출연한 방송사 당구 프로그램에서 마이크를 잡은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잘 맞았다고 했다. 이 얘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홍세완 코치가 "나도 니가 코치보다 방송해설자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너처럼 주관이 뚜렷하면 코치 못한다. 나중에 감독하면 모를까"라며 웃음을 머금고 불쑥 끼어들었다.
야구해설가로서 첫걸음도 못 뗐지만 머릿속에 잡아둔 구상은 있다. 무게잡지 않고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해설이다. 장 위원은 "방송사에서 욕빼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보라고 한다. 내 이미지도 있고, 무거운 해설은 나랑 안 어울릴 것 같다"고 했다. 좀처럼 긴장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방송카메라에 작동을 알리는 빨란불이 들어오면 어떨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오키나와=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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