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스타트'는 FC서울의 지긋지긋한 오명이다.
2013년에는 4무3패 뒤 8경기 만에 K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2014년에는 1무2패, 지난해에는 3연패 후 4경기 만에 첫 승을 챙겼다. 리그 중반 이후 대반전을 통해 상위권 자리를 꿰찼지만, 초반의 승점 누수가 독이 돼 우승 경쟁에서는 멀어졌다.
K리그 정상 탈환을 위해선 '슬로 스타트'는 어떻게 든 풀어야 할 매듭이다. K리그에서 전북의 독주를 막겠다고 선언한 최용수 서울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슬로 스타트에 대해서 내부 진단을 했다. 강렬한 채찍이 해답이 아니었다. 훈련 강도도 예년에 비해 높지 않았고, 선수들이 능동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줬다. K리그는 초반 5경기에서 원하는 성적을 내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K리그가 12일 개막됐다. 그러나 첫 번째 기회는 놓쳤다. 서울은 전북과의 원정경기에서 0대1로 패했다. 최 감독은 "이제 리그 1경기를 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다. '슬로 스타트'의 악몽도 살아났다. 그리고는 "분위기를 추스려서 '슬로 스타트'가 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전의 징검다리가 있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였다. ACL에서 서울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서울은 16일 산둥 루넝과의 원정경기에서 4대1로 대승했다.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6대0 승),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4대1 승)를 완파한 서울은 산둥 또한 적수가 아니었다. ACL 3경기에서 무려 14골을 폭발시켰다. 경기당 평균 4.67골을 터트렸다. 반면 실점은 단 2골에 불과하다. 산둥전에선 전북전에서 침묵한 아드리아노가 2골-1도움, 데얀이 1골-1도움을 기록하며 반등을 했다.
'슬로 스타트'에서 탈출할 두 번째 기회의 문이 열린다. 서울은 20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상주 상무와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라운드를 치른다. K리그의 홈 개막전이다. 상주전 후에는 2주간의 A매치 휴식기가 기다리고 있다. 주중 중국 원정이 있었지만 총력전 외에 다른 카드는 없다.
역시 공격의 열쇠는 '데드리아노(데얀-아드리아노)'다. 데얀의 헌신적인 플레이와 아드리아노의 골결정력은 K리그에서 단연 으뜸이다. 스리백 전술의 열쇠인 좌우 윙백도 살아나고 있다. 특히 산둥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고요한이 포지션 적응을 마쳤다. 고요한은 지난 시즌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하지만 상주는 하위권으로 분류되지만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다. 상주는 1라운드에서 울산 현대를 2대0으로 꺾는 돌풍을 일으켰다. 매 시즌 초반 기세는 무서운 팀이다.
'절친'인 최 감독과 올 시즌 상주의 지휘봉을 잡은 조진호 감독의 만남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아드리아노도 연결고리다. 조 감독은 대전 사령탑 시절, 아드리아노와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아드리아노는 대전 유니폼을 입은 2014년 챌린지(2부 리그)에서 27골을 터트리며, 팀을 클래식에 승격시켰다. 조 감독은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조건을 떠나 무조건 데려올 수 있다면 누구를 영입하고 싶냐'는 질문에 아드리아노의 '군입대'를 선택했다. 그는 "외국인 선수가 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팀은 문전 세밀함이 부족하다. 그래서 서울의 아드리아노를 지목하고 싶다. 대전에 있었을 때 애지중지 잘 키웠다. 부대장님이 허락만하면 입대시키고 싶다"고 해 뜨거운 웃음을 선사했다.
K리그는 시즌 초반 화제가 넘치고 있다. 서울은 '슬로 스타트' 종식에 사활을 걸었다. 상주는 또 다시 이변을 꿈꾸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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