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역시 투수 싸움아닌가."
모든 프로야구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타격 보다는 투수력을 믿어야 한다"고. 아무리 잘 맞는 타자라도 10번 중 7번은 실패하게 마련이다. 게다가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슬럼프에 빠져 부진할 때가 반드시 있다. 이런 부진이 팀 타선 전체로 번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하루 전에 10점 이상을 뽑았다고 해도 다음날 1점도 뽑지 못하는 게 타격의 속성이다.
그래서 팀 전력을 계산할 때는 기본적으로 투수력을 놓고 생각해봐야 한다. 투수력이 뒷받침된다는 계산이 서면 시즌 승부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역시 투수력의 중요성을 어떤 지도자보다도 강조하는 인물이다. 김 감독은 최근 한화의 무서운 상승세 역시 '투수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1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t 위즈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투수력이 초반에 비해 나아졌기 때문에 이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타선에도 힘이 생겼지만, 투수력 자체가 시즌 초반보다 좋아졌다. 초반에는 계산이 되지 않았다."
실제로 이런 변화는 팀 성적 지표에서 드러난다. 일단 선발진의 구위 향상으로 어느 정도 이닝을 소화할 수 있게 되면서 불펜의 힘도 같이 향상됐다. 자연스러운 결과다. 초반에는 선발이 조기 강판되며 불펜이 일찍 부터 소모되며서 뒤로갈수록 구위가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앞선(선발)에서 이닝을 벌어주면서 불펜도 필요한 순간에 더 힘을 쏟아낼 수 있었다.
한화의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지난 5월26일 고척 넥센전부터였다. 이날 승리로 3연패에서 벗어난 한화는 이후 16경기에서 13승을 따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 기간의 한화 팀 평균자책점은 4.11로 리그 1위 두산(4.09)에 이은 2위였다. 시즌 개막부터 5월25일까지는 무려 6.82였다. 평균자책점이 2.71이나 낮아진 것이다. 경기당 거의 3점 정도를 덜 허용했다.
특히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7.53에서 4.68로 향상됐다. 이에 탄력을 받은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6.32에서 3.50으로 진화했다. 5월26일부터 6월12일까지 16경기에서 기록한 한화 불펜진의 평균자책점 3.50은 10개 구단 중 1위에 해당한다. 김 감독은 이런 투수력의 진화가 팀 상승세의 직접 요인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그런데 kt 위즈 조범현 감독 역시도 이런 평가에 동조했다. 조 감독 역시 한화의 최근 상승세에 관해 "타격은 이전에도 괜찮았던 팀이다. 지금 좋아진 부분은 역시 투수들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감독들이 보는 시각은 거의 비슷하다.
수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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