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이 올시즌 권위를 벗어던졌다. 한국사회에서 아직 '감독'이라 함은 '보스'에 가깝다. 한 팀을 책임지는 것과 동시에 그에 맞는 권위를 가진다.
하지만 올 시즌 감독들 사이에서는 권위보다는 선수들을 편하게 뛸 수 있게 만들어주는 리더십이 각광받고 있다.
권위를 벗어던진 모습은 지난 27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2017 KBO리그 미디어데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kt 위즈 박경수는 이날 "주위에서 다들 '감독님 좋지?'라고 묻는다.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인 것 같다. 캠프에서도 김진욱 감독님은 아버지 같으면서 친한 형님 같았다"라고 했다. 이어 "감독님과 독대하면서 여유 있게 커피를 한잔 할 수 있는 분이 몇이나 되겠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에 SK 와이번스의 박정권은 "kt 선수들은 감독님과 자주 커피를 마신다고 하는데 우리는 트레이 힐만 감독님과 선수들이 서로 입에 쌈을 넣어줄 정도로 친밀하다. 서로 오가는 쌈 속에 우린 굉장히 가까워졌다"고 했다. 덧붙여 그는 "감독님은 항상 '나는 감독이 아니라 너희들의 친구'라는 말을 많이 한다. 수직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관계가 지속돼 즐거운 분위기다"라고 했다. 이후 박희수가 힐만 감독에게 손가락 하트를 보내자 함께 '손하트'를 만들기도 했다.
양상문 LG트윈스 감독은 이날 미디어데이의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휴대폰 LED전광판을 이용한 개막전 선발 발표 때문이다. 양 감독은 다른 감독들과 다르게 개막전 선발을 발표할 때 휴대폰을 치켜들었다. 그의 휴대폰 LED화면 속에는 'LG트윈스 개막전 선발 헨리 소사'라는 글자가 흘렀다. 임팩트 있는 개막전 선발 공개와 함께 LG의 최신휴대폰 'G6'홍보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는 평이다.
또 양 감독은 한때 롯데 자이언츠에서 함께 지냈던 제자 이대호와 유머러스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양 감독은 "이대호에 대한 장단점은 꽤뚫고 있다. 선수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이대호의 약점을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하겠다"고 하자 이대호는 "감독님이 생각하는 약점이 언제적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감독님을 모신지는 10년이 지났다. 나도 많이 변했고 감독님이 아시는 약점에 투수들이 던질수 있을지도 문제다. 경기는 붙어봐야할 것 같다"고 했다. 주장 류제국이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면 감독님에게 뽀뽀를 받고 싶다"라고 할때는 곧장 류제국에게 뽀뽀를 시도하기도 했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선수들에게 형같은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는 쓴소리도 하지만 선배 선수들에게는 농담을 많이 한다"며 "허경민은 조금 예민하다. 그래서 타석에서 안타를 못 치고 들어오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웃으면서 '그것도 못치냐'고 한다. 유희관은 뱃살을 잡고 '언제 뺄래'라고 한다"고 웃었다.
모두 감독들이 선수들에게 더 가까이 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위에서 군림하는 '보스'형 리더십보다는 형님이나 친구처럼 편한 관계 속에서 더 활발한 의사소통이 되고 그 가운데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다는 '탈권위' 리더십이 각광받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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