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더 빠르게!"
25일 오전 7시 태릉선수촌 웨이트트레이닝장.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지만 쇼트트랙 대표팀 훈련에 '타협'은 없었다.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가 채 가시기도 전, 김선태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똑같은 동작을 빠르게 '한 번 더' 하라는 지시였다. 인터벌, 서킷, 코너벨트, 자전거 타기 등 훈련은 쉼 없이 이어졌다. 선수들의 얼굴 위로 굵은 땀방울이 눈물처럼 흘렀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198일. 쇼트트랙 태극전사들의 여름은 한낮 태양보다 훨씬 더 강렬했다.
'악' 소리 나는 뜨거운 여름
그래도 지상훈련을 먼저 하는 날은 그나마 낫다. 오전 6시부터 훈련하기 때문이다. 평소 대표팀 일과는 새벽 5시20분부터 시작한다. 선수들은 아이스링크에 모여 오전 8시까지 빙상훈련을 진행한다. 조재범 여자대표팀 코치가 "태릉에서 우리보다 일찍 일어나는 팀은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강도 높은 훈련은 오후에도 계속된다. 오후에 2시간 30분 정도 빙상훈련한 뒤 2시간가량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 등 지상훈련에 매진한다. 조 코치는 "현재는 체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하루에 링크 200바퀴를 돌고 있다. 2주에 한 번은 인근 불암산에서 산악훈련도 한다"고 소개했다. 쇼트트랙 트랙 한 바퀴가 111.12m인 것을 감안하면 매일 22㎞ 이상을 질주하는 것이다.
목표는 하나, 평창을 향한 외침
반복되는 훈련. 지루하고도 고독한 싸움이다. 하지만 누구 하나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분명하다.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200여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금빛 질주. 그 하나를 위해 반복 또 반복이다.
한국 쇼트트랙은 자타공인 세계최강이다. 한국이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거머쥔 26개의 금메달 가운데 무려 21개를 합작했다. 평창에서도 금빛 레이스가 예상된다. 대한빙상연맹은 일찌감치 대표팀을 확정, 평창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쇼트트랙 '쌍두마차' 심석희(한국체대)와 최민정(연세대)은 입을 모아 "개인전뿐만 아니라 단체전에서도 모두가 웃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 기대하시는 만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남자 대표팀의 각오는 더욱 단단하다. 4년 전 '소치참사'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남자 대표팀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김 감독은 "설욕을 위해 4년을 기다려왔다. 소치에서 노메달이었기에 자신감도 떨어졌다. 쇼트트랙을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우리 쇼트트랙이 세계최강이라는 점을 입증하기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훈련은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방심하지 않겠다.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분위기메이커 서이라(화성시청) 역시 굳은 각오를 담은 화끈한 랩으로 출사표를 대신했다.
똘똘 뭉친 팀워크 '희망찬 내일'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경험 부족이다. 실제 이번 남녀대표팀 10명 가운데 올림픽 경험이 있는 선수는 심석희를 비롯해 김아랑(한국체대) 곽윤기(고양시청) 등 3명이 전부다. 황대헌(부흥고) 이유빈(서현고) 김예진(평촌고)은 고등학생 스케이터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대표팀을 더욱 강하게 하는 요소는 소통을 통한 탄탄한 팀워크다. '맏형' 곽윤기는 "막내 황대헌과는 10살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러나 물흐르듯 소통이 된다. 과거와 비교해 폭이 커졌다. 훈련이 잘 되지 않을 때는 선수들끼리 소통으로 더욱 빠르게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맏언니' 김아랑은 "훈련을 하다보면 하기 싫을 때도 있고 '아, 짜증나'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생각을 바꿔서 후배들에게 긍정적으로 얘기하려고 한다. 웃으면서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도 밝아지고, 팀워크도 좋아지니 단체전에서 손발이 더 잘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활짝 웃었다.
동계스포츠 대표 주자 한국 쇼트트랙의 금맥 사냥이 이제 막 닻을 올렸다.
태릉=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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