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7연승 신바람을 냈다. kt 위즈 원정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27일 마지막 경기는 쉽지 않았다. 경기 후반까지 1-1로 맞서며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두산은 5대3으로 결국 이겼다. 두 가지 승리 원동력이 있었다.
신들린 대타 작전
두산 타선은 최근 연승 기간 잘나갔다. 경기 전 김태형 감독도 "타자들이 워낙 잘해준다. 연결이 잘 되고, 나가는 선수마다 제 역할을 한다"며 흡족해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kt 선발 돈 로치의 호투에 밀려 고전했다. 4회 정진호가 2사 만루 찬스서 로치와 13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벌여 힘겹게 1점을 뽑은 게 다였다.
승부가 갈린 건 7회. 두산이 대거 4점을 뽑으며 승기를 가져왔다. 그 중심에는 김태형 감독의 신들린 대타 작전이 있었다.
김 감독은 1사 후 박세혁이 상대 실책으로 행운의 출루를 하자 첫 번째 카드를 꺼내들었다. 올시즌 타격 컨디션이 안좋은 허경민을 대신해 아껴뒀던 닉 에반스를 투입했다. 로치는 투구수가 늘어나며 힘이 빠진 상황. 그를 압박할 카드가 필요했는데, 에반스가 딱이었다. 에반스는 로치의 공을 우중간으로 밀었다. 완전한 정타는 아니었다. 다른 선수였으면 2루수 내야 플라이나 얕은 외야 플라이가 됐을 상황. 그러나 힘 좋은 에반스가 공에 끝까지 힘을 실었고, 타구는 중견수와 우익수 중간에 딱 떨어졌다. 체공 시간이 길어 1루주자 박세혁이 충분히 홈으로 들어올 수 있는 2루타였다.
김 감독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번 류지혁이 외야 플라이로 물러나자 쐐기를 박겠다는 계산으로 2번 최주환 타석에 양의지를 내세웠다. 손가락 골절상을 털고 25일 돌아온 양의지는 아직 선발로 나설 컨디션이 안되기에 벤치에서 대기중이었다. 노련한 양의지는 상대 좌완 심재민의 초구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리자 벼락같은 스윙을 했고, 타구는 좌중월 홈런으로 연결됐다. 이 두 번의 대타쇼에 두산은 연승 행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어떤 상황, 어떤 타자가 나가야 효과적으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
니퍼트는 역시 니퍼트
두산 선발은 더스틴 니퍼트. 그래서 경기 전 두산의 연승이 이어질 거라고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 초반 니퍼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노출했다. 직구 구속이 140km 초반대에 그쳤다. 변화구도 밋밋했고, 제구도 흔들렸다. 1, 2회 연속으로 주자들을 2명씩 출루시키며 위기를 맞이했다. 꾸역꾸역 위기를 넘겼지만, 3회에는 결국 첫 실점을 했다. 흔치 않은 직구 폭투도 나왔고, 박경수에게 선제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날 경기 초반 니퍼트는 누가 봐도 우리가 알던 니퍼트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며 선발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는 점이 훌륭했다. 경기 중반부터는 구속도 올라와 최고구속 152km를 찍었다. 6회 1사 2, 3루 절체절명 위기에서 상대 스퀴즈 작전 실패로 개인 승리의 칠부능선을 넘었고, 7회 삼진 2개를 잡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6⅔이닝 119개의 공을 던지며 5안타 6볼넷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볼넷 숫자만 봐도 니퍼트가 이날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시즌 11번째 승리를 챙겼다. 에이스는 팀이 연승을 거둘 때 이어주고, 연패에 빠지면 끊어준다는 데 니퍼트가 왜 에이스인지 보여준 투구였다. 투수는 시즌 내내 100% 정상 컨디션으로 공을 던질 수 없다. 안좋은 날도 경기를 풀 줄 아는 투수가 바로 에이스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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