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핸들이 고장난 에잇톤(8t) 트럭이었다는 젊은 날의 고백. 커다란 덩치로 거침없이 질주했던 다이나믹 듀오는 '쇼 미 더 머니6'로 또 다시 이력서를 쓰며 한 번 더 성장했다. 콘트롤이 안 될 정도로 쾌속 질주하던 예전과는 달리 주변을 돌보고 후배들을 이끌 줄 아는 선배로 거듭난 것. 힙합의 대중화를 이끈 1세대 래퍼에서 힙합레이블(아메바컬쳐)의 대표로, 이제는 대한민국 힙합을 책임지는 대선배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중이다.
Mnet 랩 서바이벌 '쇼 미 더 머니6'에 프로듀서로 출연한 것이 결정적이다. 6년간 고사했던 이 프로그램에 출연을 결정하며 젊은 래퍼들과 호흡했고, 이 과정에서 현재 한국 힙합 시장의 실태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실력과 가능성 있는 래퍼들을 발굴, 함께 프로듀싱하면서 일종의 책임감도 느꼈을 터. 그 과정을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며 후배들은 물론 대중의 호감을 샀다는 점도 꽤나 고무적이다.
천상꾼이다. 실질적인 우승자는 다이나믹 듀오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먼저 프로그램을 마친 소감을 들었다.
"약 5개월 정도 (쇼미더머니6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는데..빠른 속도감으로 음악과 무대를 만들었던 거 같아요. 잘하는 래퍼들과 팀을 이뤄 팀워크를 통해 1차, 2차, 본선부터 쇼를 해왔던 과정이 정말 즐거웠어요. 팀워크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개코)
"사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끝나면 후련하겠다 싶었는데, 휴식을 즐기기 보다는 일을 안하고 있어서 불안해졌죠. 그 정도로 열심히 임했던 거 같아요."(최자)
좋은 경험이었지만, 프로그램에 출연하기까지 결심이 쉽지 않았다. 쉼 없었던 제작진의 러브콜에 응답한 것은 6년 만이었다.
"오히려 섭외 들어왔을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경쟁을 해야하는 포맷이)우리 회사와도 안 맞고,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죠. 올해는 다행히 우리 앨범 계획이 없었고, 음악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결심하고 나서는 최선을 다하는 데 중점을 뒀고, 우리 역량의 최대치를 끌어내보자는 마음이 컸어요."(개코)
"우리 음악이 누굴 이기려고 만드는 제작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하지만 경쟁을 하면서 우리의 새로운 면을 봤고, 좋은 래퍼들의 경쟁을 보면서 자극 받았던 거 같아요.지는 게 싫어서 경쟁을 많이 안 하는 편인데 이기는 게 생각보다 달콤하더라고요."(최자)
두 사람은 '쇼미6'에 임하면서 '요즘 힙합'을 좀 더 가까이서 느껴볼 수 있었다.
" 지금의 젊은 세대들의 생각을 알게 됐어요. 표현법 자체가 솔직하더라고요. (저희가)랩을 시작했을 때 세대는 정체성이 복잡했고, 자리잡기 위해 표류했다면, 지금 젊은 래퍼들은 감정 표현이 솔직해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숨기지 않죠. 예전에는 언더와 메이저의 경계가 분명했는데 현 힙합씬 활동 래퍼들은 경계 자체가 희미해진 거 같아요."(개코)
"우원재의 랩을 들으면서 느꼈어요. 겸손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죠. 나이는 수직적이지만 경쟁 틀 안에서는 수평적이더라고요. 우리가 데뷔했을 때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혼 많이 났을 것 같아요."
다이나믹 듀오를 향한 호감이 치솟은 것은 팀이 정해지고나서부터다. 넉살, 한해, 면도, 조우찬, 라이노와 팀을 이뤄 이들과 소통하며 무대를 만들어나갔는데, 대선배임에도 이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가족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며 낮은 자세로 임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의 응원이 쏟아진 바. 이에 'N분의 1' '천상꾼', '막을 내려도', '필라멘트'(넉살), 'VVIP'(조우찬) '부르는 게 값이야'(넉살, 조우찬) '로비로 모여' 'ONE SUN' (한해) 등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팀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밝아진다.
"우찬이는 멘탈이 그 나이대가 아니에요. 정말 놀랐어요. 재능 뿐만 아니라 이 쇼에 임하는 태도에서부터 승부욕 등 스타가 되기 위한 친구였던 거 같아요. 우리 팀 멤버 중 유일하게 무대 위에서 떨지 않았고, 준비한 만큼 다 보여주더라고요."(개코)
"넉살의 실력은 우리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같아요. 이미 '어차피 우승은 넉살'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죠. 인성 면에서도 나이대에 맞지 않게 공동체 의식도 상당하고 정도 많아요. 이번 대회를 통해서 실제로도 많이 친해졌고, 오래 볼 수 있는 좋은 인간이라고 느꼈어요,"(최자)
이번 '쇼미6' 결승전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행주와 넉살의 맞대결에 지켜볼 만한 관전 포인트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이나믹 듀오 팀의 넉살과 다이나믹 듀오의 소속 리듬파워의 행주가 맞붙었다는 것이 재미의 핵심이었다.
"행주는 우리 회사에서도 많이 도와줬었는데..빛을 못 보는 데 대해 아쉬웠던 점이 있어요. 외모 때문일까? (웃음) 어쨌든 지코와 딘이 행주를 빛나게 해줬어요. 리스펙트 할 수밖에 없죠."
"논란이 있을 만큼 치열한 경쟁이었던 거 같아요. 우리조차 판단하기 어려웠어요. 톱3 래퍼는 누가 우승을 했어도 논란이 있었을 거 같아요. 우리는 넉살을 응원했어요. 가볍게 시작했는데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빠져들었던 거 같아요. 넉살이 우승하길 바라면서 똥줄 타면서 노래, 무대를 만들었죠."(개코).
관심이 뜨거웠던 만큼 두 사람의 행보에도 팬들은 물론 업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올해는 '쇼미더머니'와 함께 하고, 내년에는 정규 앨범 발매를 계획 중이에요."
"어떤 노래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우리 앨범에 넣으려고 했던 노래를 '쇼미' 경연곡으로 내놓은 것도 있어요. 앨범 단위는 내년에 선보일 수 있을 거 같아요."
joonam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