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7시30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펼쳐지는 2017 KEB 하나은행 FA컵 준결승은 급격하게 화제의 매치로 떠올랐다.
FA컵 2연패를 노리는 수원 삼성, 클래식팀을 차례로 무너뜨리는 기세로 올라온 챌린지 부산 아이파크의 대결이라 그렇지 않아도 관심사였다.
여기에 부산을 이끌던 조진호 감독이 최근 세상을 떠나면서, 그가 떠난 이후 처음 열리는 홈경기에서 추모식까지 예정되면서 '하늘에 바치는 승리'의 의미까지 더해졌다.
게다가 K리그 모든 팀들의 한 시즌 꿈으로 생각하는 아시아챔피언리그(ACL) 출전권을 향한 교두보라 양팀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산과 수원 모두 필승을 외치지만 각자 처한 상황은 제각각이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도 다르다. 하지만 한쪽만 웃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준결승이 더 흥미롭다.
▶"더 잃을 게 없다" vs "유일한 희망일 수 있다"
부산은 올시즌 최대 목표를 K리그 클래식 복귀로 잡았다. 클래식 직행이 걸린 챌린지 우승을 놓쳤지만 2위를 확정, 승격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다. 리그 우승을 놓쳤으니 FA컵 우승의 기회까지 날려버릴 수 없다. 더구나 수원은 과거 FA컵에서 눈물을 안겨줬던 원한의 팀이다. 지난 2010년 6년 만에 FA컵 정상 탈환을 노리던 부산은 결승에서 수원을 만나 0대1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친 적이 있다. 이후 7년 만에 FA컵에서 수원을 다시 만나게 됐다. 클래식 복귀도 그렇지만 ACL 진출권까지 거머쥘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시즌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고 조진호 감독의 사망사고를 겪은 터라 선수단의 필승의지가 한층 강화됐다. 하늘로 떠난 그에게 홈경기에서 수원을 잡았다는 승전보 만큼 좋은 선물은 없다. 선장을 잃었지만 승리 만큼은 잃고 싶지 않다.
수원도 승리가 간절하기는 마찬가지다. ACL 진출권을 따야 하는데 리그에서는 쉽지 않다. 지난 주말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비기는 바람에 승점 57로 3위 울산(승점 59)을 바짝 추격하는데 실패했다. 아직 3경기가 남았지만 5위 서울이 쫓아오고 있고 울산을 추월하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작년처럼 FA컵 우승을 통해 ACL 티켓을 따는 게 지름길일 수도 있다.
▶전력 가동에서 희비 엇갈릴까
이번 준결승의 중대한 변수는 전력의 정상적인 가동 여부다. 일단 부산이 유리한 상황이다. 일찌감치 챌린지 2위를 확정한 부산은 지난 2경기에서 베스트11을 가동하지 않았다. 이번 준결승 대비를 위해 헛심을 쓰지 않은 것이다. 22일 있었던 안양과의 35라운드에서는 병역 의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한 한지호 이경렬과 올해 새롭게 영입한 이준희 이동준 등 새로운 선수들을 내세워 2대1 승리를 거뒀다. 부산의 기존 베스트 멤버였던 이정협 임상협 고경민은 물론 이재권 이규성 김문환 등도 원정길에서 빠져 부산에 남아 FA컵을 준비했다. 수원은 21일, 부산은 22일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휴식시간으로 보면 수원이 하루 더 길지만 그리 좋아할 일도 아니다. 수원은 슈퍼매치라는 너무 큰 경기를 치렀다. 오랜 시간 서울을 이기지 못한 터라 베스트를 가동했고 종료 직전 페널티킥을 얻어 간신히 2대2로 비기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체력 소모도 커질 대로 커졌다. 게다가 간판 골키퍼 신화용이 서울전에서 부상하는 바람에 이번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수원의 더 큰 고민은 부산전 이후 클래식 36라운드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아직 3위 확보의 희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산을 얕잡아 볼 수도 없다. 포항, 서울, 전남 등 클래식팀을 연거푸 무찌르며 올라온 팀이기 때문이다. 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커지는 대목이다.
▶"어서 와, 나의 골맛 아직 못봤지?"
단판승부에서는 해결사가 나와줘야 한다. 양팀 간판 해결사의 발끝에 시선이 몰릴 수밖에 없다. 각각 간판 공격수 이정협(부산)과 조나탄(수원)의 화력대결이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상대와의 맞대결에서 아직 골을 신고하지 못했다. 2013년 부산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정협은 팀이 챌린지 소속이던 올해와 상주 군복무 시절(2015년)을 제외한 3시즌 동안 수원과의 경기에 총 6차례 출전했지만 골을 넣은 기록이 없다. 2016년 울산에 임대됐을 때 도움 1개를 기록한 게 전부다. 조나탄은 부산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2014∼2015년 챌린지리그 대구에서 뛸 때 부산은 클래식 소속이었고 작년 여름 수원으로 복귀한 뒤 지금까지 부산은 챌린지로 내려간 뒤였다. 이정협과 조나탄이 그동안 뚫어보지 못한 상대의 골문을 열어젖혔을 때 승부의 향방은 요동칠 수 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