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본격적인 탐색전으로 들어갔다. 해외파 김현수와 황재균을 포함해 모두 18명이 FA를 선언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이는 세 명이 전부다. 황재균이 kt 위즈와 4년간 88억원, 문규현이 원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와 2년+1년 계약에 총액 10억원, 권오준이 원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와 2년-6억원에 계약했다. 문규현과 권오준은 연봉 인상 성격의 다년계약이다. 진정한 의미의 FA 계약은 황재균 정도다.
이제 본격적인 다자간 협상 기간이다. 선수들이 빨리 계약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버티면 몸값이 오르고 원하는 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수년간 막판 초읽기에 몰릴수록 다급해지는 쪽은 선수가 아니라 늘 구단이었다. 좋은 자원의 공급은 한정돼 있고, 수요는 많았다. 눈치싸움, 영입전쟁이 가속화 될수록 구단들은 원래 염두에 뒀던 영입 자금 외에 특수자금까지 모기업에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구단이 손수 벌어 쓰는 구조가 아닌 모기업에 의존하는 KBO리그의 특수구조가 FA 시장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 수년간 겉으로 드러난 몸값과 소문이 만들어낸 비밀 몸값이 뒤엉킨 혼돈. 선수들이 부르는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터무니없는 몸값 요구에 구단들의 수용한계 임계점이 점점 가까워진다. 구단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재균의 88억원은 지금도 뜨거운 논란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싫든 좋든 대어급 FA들은 황재균의 몸값을 베이스에 깔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 kt는 축소발표, 옵션포함, 세금대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실제로 받은 액수에 대한 소문은 증폭되고 있다.
황재균은 시대와 운을 타고났다. FA 대박의 핵심 키워드인 직전 시즌 활약 메이저리그 도전 만년 꼴찌팀의 출현, 이른바 삼박자가 척척 맞아 떨어졌다.
황재균이 3할 타율을 기록한 적은 딱 두시즌, 20홈런 이상은 2015년(26홈런)과 2016년(27홈런)이 전부다. 미국에선 주로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다. FA 계약이 과거 성적에 대한 보상 성격이 크냐,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치가 크냐에 대한 논란을 가중시켰다.
대어급 선수들은 너도나도 황재균 이상의 몸값을 대놓고 요구중이다. 마지노선이었던 4년-100억원이 지난해 무너지고 이대호가 4년-150억원을 기록한 뒤 희망 몸값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내년부터 시행될 에이전트 제도는 아직 공식화되진 않았지만 이미 일부 에이전트는 복수 구단을 상대로 '간보기'에 여념이 없다. 이 과정에서 속을 끓이는 구단 프런트가 많다. 지난해와 달리 확실한 내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구단도 늘고 있다. 오버 페이는 않겠다고 선언한 곳도 있다. 버티면 원하는 몸값은 물론이고 그 이상도 손에 쥐었던 대어급 FA. 심상치않은 변화바람 속에 올해도 최후승자는 선수 일지 지켜볼 일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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