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걸 여기서 어떻게 말합니까."
한국 피겨스케이팅 페어 대표팀 김규은-감강찬 조가 4일 강릉 선수촌에 입성한다.
김규은-감강찬 조는 4일 오전 8시 서울에서 강릉으로 출발했다. 남다른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북한 페어 렴대옥-김주식 조는 1일 강원 양양국제공항을 통해 북한 선수단 본진의 일원으로 입국했다. 2, 3일 이틀간 훈련을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렴대옥-김주식 조는 4일 오후 12시10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공식 훈련을 진행한다. 김규은-감강찬 조도 강릉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훈련 준비를 마칠 시점. 때문에 김규은-감강찬 조, 렴대옥-김주식 조의 피겨스케이팅 페어 '남북 만남'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렴대옥은 4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진행된 공식 훈련 후 믹스트존에서 국내 취재진의 '김규은 감강찬 조 만날 수도 있는데 어떤가'라는 질문에 "그런 걸 여기서 어떻게 말합니까"라고 웃으며 짧게 답한 채 빠르게 지나쳤다. 믹스트존 출구 부근에 도달해서 김주식도 한 마디 거들었지만, 강한 억양으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렴대옥-김주식 조는 초반 4~5분 간 가볍게 몸을 풀었다. 회전, 스탭 시퀀스, 점프 과제 등 개별 기술을 구사한 뒤 비틀즈의 '어 데이 인 더 라이프'(A Day in the Life)에 맞춰 쇼트 프로그램 훈련을 했다. 이후 가수 지네트 레노의 노래 '주 쉬 퀸 샹송(Je suis qu'une chanson)'에 맞춰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소화했다. 프리 스케이팅 연기 중 렴대옥은 점프 과제 후 착지하다 넘어지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김규은-감강찬 조와 렴대옥-김주식 조는 사이는 꽤나 가까운 편이다. 지난해 2월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서로 대면했다. 그리고 2017년 여름 캐나다 몬트리올에선 함께 전지훈련을 했다. 그곳에서 김규은-감강찬 조와 렴대옥-김주식 조는 브루노 마르코트 코치 밑에서 함께 배움의 시간을 가졌다. 마르코트 코치는 김규은-감강찬 조가 결성됐던 2015년 영입된 캐나다 퀘백 출신 지도자다.
몬트리올 전지훈련에서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정을 쌓았다. 김규은-감강찬 조는 김밥을, 북한의 김현선 코치는 몬트리올 현지에서 담근 배추김치를 전하며 따뜻한 남북 교류의 장을 열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지난달 남북 단일팀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렴대옥-김주식 조가 단일팀 페어 대표로 합류하고, 김규은-감강찬 조가 제외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당시 감강찬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했다. 김규은도 "주변에서도 내가 흔들릴까 최대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훈련에만 집중할 것"이라며 심경을 전했다. 하지만 페어 남북 단일팀은 구성되지 않아, 평창올림픽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
김주식을 '주식이 형'이라고 부르는 감강찬은 이들과의 만남을 고대해왔다. 당초 지난달 대만에서 열렸던 2018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을 통해 빙판 위에서 조우할 수 있었지만, 감강찬의 어깨 부상으로 실력을 겨루지 못했다. 김규은-감강찬 조는 기권했다. 반면 렴대옥-김주식 조는 자신들의 ISU 공인 개인 최고점을 경신(180.09점→184.98점)하며 동메달을 차지했다.
당초 자력으로 평창행 티켓을 획득했지만, ISU에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아 올림픽에 나설 수 없었던 렴대옥-김주식 조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부여한 와일드카드로 평창올림픽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김규은-감강찬은 개최국 쿼터로 한국 페어 종목 사상 첫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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