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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박세리, '골프의 전설' 스승이 되다...SK텔레콤 재능나눔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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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을 이렇게 잡고 다시 쳐봐. 절대 왼쪽으로 가지 않을거야."

15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하늘코스. '전설' 최경주(48)의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가 필드에 울려퍼진다. 아시안게임 골프 남자 국가대표 주장 장승보(한체대4)의 샷이 왼쪽으로 살짝 감기자 그립에 대해 살짝 조언을 한다. 최경주의 말대로 잡고 다시 한번 친 공이 홀을 향해 똑바로 날아가자 '굿 샷'이 터진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설의 프로골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자신의 골프는 뒷전, 누군가에게 끊임 없이 이야기를 하느라 바쁘다.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기 위한 열정가득한 하루. SK텔레콤 오픈 2018 개막을 앞두고 열린 재능나눔 현장이다.

대회 무게에 맞게 취지도 묵직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열리는 진정한 의미의 사회공헌 프로암 대회. 전현직 최고의 스타들이 기꺼이 취지에 동참했다. '전설' 최경주, 박남신, 강욱순을 비롯, 허석호, 김형태, 김형성, 박상현, 김승혁, 이상희 등 9명의 남자 프로와 2016 리우올림픽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이자 '우상' 박세리를 포함해 박지은, 한희원, 김 영, 이미나, 김주연 등 최고의 여자선수까지 총 15명의 멘토가 함께 했다. 이들은 각 조에 분산 배치 돼 3명의 멘티들과 함께 18홀을 돌았다. 코스 매니지먼트 등 경험이 담긴 필드 레슨은 물론, 마음가짐까지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 애썼다. 2년전 SK텔레콤 오픈 우승자 이상희는 "어릴 때 내게도 이런 기회가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라며 "(성인 프로 투어 대회를 앞둔) 이렇게 어려운 세팅 속에서 경험을 함께 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과거 최경주 프로님과 치면서 느낀게 많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승보와 여자 주니어 유망주 김민별(강원중 2년), 우윤지(포항 동지여중1년) 등과 동반한 최경주는 끊임없는 조언을 던지면서도 자신의 샷 하나하나를 허투루 치지 않았다. 마지막 18번 홀 버디로 홀아웃 하며 "이 조에서는 챔피언"이라며 농담을 한 최경주는 "경쟁은 아니지만 (배우라는 의미로) 일부러 열심히 쳤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매니지먼트와 그립 잡는 법 등을 알려줬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됐을 것"이라며 웃었다.

최경주와 함께 한 우윤지는 "최경주 프로님을 직접 만나 어려운 환경에서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세계를 재패할 수 있었던 인내심과 도전정신에 대해 꼭 조언을 듣고 싶었다"며 행사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많이 힘들어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라운드를 마치며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김민별은 "아침에 와서 최경주 프로님과 함께 친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떨렸다"며 웃었다.

손을 다쳐 골프클럽을 잡지 못한 박세리(41)는 18홀 동안 오로지 레슨과 조언에 몰두했다. 그는 "코스매니지먼트와 특히 티박스 위치에 따른 활용 요령을 가르쳐줬다. 타수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진정성 있게 최선을 다한 필드 레슨을 마친 뒤 그는 "주니어 시절에 당시 한국여자골프 최고의 선수였던 고 구옥희 선배님과 18홀을 돈 적이 있는데 그때 말씀을 그리 많이 하지 않으셨지만 배운 게 많았다. 나도 후배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려고 애썼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지은(39)은 "주니어 시절 (LPGA투어 전설급 스타) 벳시 킹과 골프를 친 적이 있다. 그때 받았던 느낌을 오늘 주니어 선수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각 시도별 추천 선수와 최경주재단 추천 선수 등 45명의 유망주에겐 잊을 수 없는 꿈같은 하루였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동행'이란 의미있는 컨셉트를 앞세워 행사를 기획한 SK텔레콤으로서도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SK텔레콤의 오경식 스포츠마케팅그룹장은 "이 행사를 통해 최경주, 박세리와 같은 세계 최고의 골프 인재를 키워내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골프의 기반을 확장하고 튼튼하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승이날이었던 이날 골프유망주들은 멘토인 골프 레전드 선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카네이션과 케익을 전달했다. 필드 아래 서해로 지는 저녁노을 처럼 따뜻함과 잔잔한 여운이 내려앉은 감사의 하루가 저물었다.

영종도(인천)=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