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지난 2년간 삼성이 잘한 일? FA 이원석 영입이다

by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한 팀이 2년 연속 9위에 그쳤다. 지난 시즌에는 1982년 팀이 출범한 후 가장 낮은 승률 3할9푼6리를 찍었다. 당연히 지난해 84패(55승)는 구단 사상 한 시즌 최다패 기록다. 지난 몇 년간 벌어진 굴욕의 기록을 꼽아보려면 열손가락이 부족하다. 외부로 빠져 나간 전력을 온전히 채우지 못했는데, 내부에서 성장해 1군 멤버로 자리잡은 선수도 없다. 현재도 암울하지만 미래도 밝아보이지 않는다. 전력의 핵심이 돼 줘야할 외국인 투수는 최악이었거나, 낙제를 겨우 면한 수준이다. 삼성팬이라면 '왜 우리는 세스 후랭코프, 테일러 윌슨, 앙헬 산체스같은 투수를 못 데려오나' 한숨을 내쉴 것이다. '왕조'의 몰락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최근 삼성 구단 행보를 더듬어 보면, '오판'과 '실패'의 연속이다. 뭐 하나 제대로 만들어 낸 게 없다. 그럼에도 칭찬받아 마땅한 결정이 있었다면, FA(자유계약선수) 이원석 영입일 것이다.

4년간 총액 27억원. 2016년 시즌이 끝나고 이원석(32)이 삼성 유니폼을 입으면서 계약한 조건이다. 연간 기준으로 6억원이 넘는 금액이지만, 지난 몇 년간 이뤄진 대형 계약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인다. 두산 베어스 시절에 역할이 제한적이었던 이원석은 내야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이 필요했다. 3루가 비어있던 삼성이 손을 내밀었다.

계약 조건으로는 '중저가' FA. 이원석이 보여준 할약은 '중저가'를 한참 넘어선다.

이적 첫 해인 지난해 이원석은 121경기에 출전해 18홈, 62타점, 55득점을 기록했다. 광주 동성고를 졸업하고 2005년 프로선수가 된 후 한시즌 최다 홈런, 타점, 득점이다. 팀 성적이 바닥을 때리면서 다소 묻혔으나, FA 1년차 이원석은 흔들림없이 제 몫을 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비켜서 있었다고 해도, 분명하게 존재감을 보여줬다.

올해도 이원석은 '커리어 하이'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9일 현재 82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5리, 92안타, 13홈런, 2루타 25개, 57타점, 51득점. 2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가 눈앞에 있고, '커리어 하이'에 20개로 다가섰다. 홈런과 타점은 각각 5개, 득점은 4개를 남겨놓고 있다. 2루타 25개는 이미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중심타선의 일원으로 성실하게, 책임감을 갖고 꾸준하게 뛴 결과다. 공수에서 빼놓고 말하기 어려운 핵심 전력이다. 팀 내 타점 2위, 홈런-득점 3위, 안타 4위. 지난해 11월 말, 4년-80억원에 FA 계약한 강민호를 머쓱하게 하는 성적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