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계절적 특징으로는 강렬한 태양과 습한 장마, 잠 못 이루는 열대야 등을 꼽을 수 있다. 불쾌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들이다.
한 낮의 뜨거운 태양은 다양한 눈 질환을 부르고, 높은 습도는 집안에 각종 곰팡이가 자라기 충분한 요건을 만든다. 무엇보다 힘든 건 한낮의 열기가 태양이 진 뒤에도 이어져 숙면을 방해하는 열대야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여름철 눈을 보호하고, 곰팡이를 막으며,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여름은 강한 햇빛과 자외선 때문에 눈 건강에 비상이 걸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무더위를 피해 떠난 피서지에서는 많은 사람이 몰리는 만큼 물놀이를 즐긴 후 눈병에 걸리기 쉽고, 실내에서는 장시간 사용하는 에어컨으로 인해 눈이 건조해져 고생할 수 있다.
외출 시 양산과 모자, 선크림 등으로 피부 보호에 신경 쓰는 사람들은 많지만, 눈 보호에는 등한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자외선으로부터 우리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선글라스 착용이 필수다. 밝은 햇볕 아래에서는 자외선으로 인해 살갗이 타는 것과 마찬가지로 눈도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글라스로 눈 '화상' 막아라!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UV, 자외선 A, 자외선 B, 자외선 C로 나뉜다. 이중 자외선 A와 B는 우리 눈의 각막을 거쳐 수정체를 통과해 망막까지 도달함으로써 눈에 화상을 입힐 수 있는 위험한 광선이다. 물이나 모래 같은 반사체가 있는 휴가지에서는 자외선의 양이 증가돼 위험률도 높아진다.
우리 눈은 갑자기 많은 양의 자외선을 받게 되면 통증과 함께 눈부심, 눈물흘림, 결막부종 등의 광각막염 또는 광결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같은 증상은 대부분 자연 치유되지만 각막이 한번 손상이 되면 재발될 가능성이 높아 예방이 중요하다.
특히, 장기간 또는 만성적으로 자외선에 노출되면 백내장, 황반변성, 망막염 등의 질환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여름 휴가철에는 장거리 여행을 위해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은데 기내 환경 역시 눈 건강에는 좋지 못하다. 기내는 습도를 15% 정도로 유지하는데, 이는 보통 사람들이 쾌적하다고 느끼는 50~60%에 비해 매우 낮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안구건조증 증상을 느낄 수 있다.
안구건조증은 건조함, 가려움, 눈부심 등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심해지면 만성화될 수 있다. 커피나 술보다는 물로 수분 보충을 충분히 하는 것이 좋고, 콘택트렌즈보다는 안경 착용을 권장한다.
정재근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교수는 "기내는 평상시와는 기압, 습도, 조명 등 모든 환경이 다른데 눈은 우리 신체 부위 중 매우 예민한 부위이기 때문에 환경이 조금만 달라져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며 "안구건조증이 통상의 인공눈물로 잘 조절되지 않는 심한 환자라면 비행기 탑승 시 점도가 높은 눈물약이나 겔 타입의 눈물 연고를 지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물놀이·에어컨, 눈병 원인될 수 있어
여름철 전염성 눈병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행성 각결막염이다. 아데노바이러스라는 병원균이 눈에 침범해 염증을 일으키는 전염성이 강한 눈병이다. 처음 증상은 눈이 충혈 되고 눈곱이 많이 끼며, 눈이 붓고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린다. 심해지면 귀밑의 임파선이 부어 멍울이 만져지며, 누르면 아프기도 하고 눈에서 피눈물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약 3~7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이물감, 충혈, 눈곱, 작열감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면서 2~3주간에 걸쳐 점차 심해지다가 차차 회복된다. 한쪽 눈에서 시작해 반대쪽 눈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대개 특별한 합병증 없이 회복되지만, 면역이 약한 노약자의 경우는 심하게 앓아 각막 표면의 상피세포가 손상돼 시력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수영장 같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전염되기 쉬우므로 수영할 때는 반드시 물안경을 착용하고, 수영 후에는 눈을 깨끗한 식염수로 가볍게 씻어내는 것이 좋다. 소금물 등으로 눈을 씻는 것은 각막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발병 후 2주까지는 전염성이 있으므로 주위 직장동료나 가족들에게 전염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하루 종일 실내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생활할 경우 냉방병은 물론, 건조한 공기로 인해 눈이 따갑고 뻑뻑하게 느껴지는 안구건조증을 불러올 수 있다. 또, 에어컨 바람에 가라앉아 있던 미세먼지가 공중에 떠올라 안구표면에 도달해 알레르기성 결막염 등의 질환을 유발할 우려도 높다.
이수나 을지대병원 안과 교수는 "에어컨 속 곰팡이와 먼지를 자주 제거해주고, 주기적으로 눈을 감거나 먼 곳을 응시해 눈의 조절근육을 쉬게 해 줘야 한다"며 "자주 실내 공기를 환기시키고 바람이 직접 눈에 닿지 않도록 송풍구의 방향을 바꾸거나 에어컨을 등지고 앉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곰팡이'와의 전쟁 이기는 법
무더운 여름엔 각종 세균과 곰팡이의 번식 속도가 평상 시 보다 2~3배 빨라진다. 집안의 곰팡이는 온도 20~30도, 습도 60% 이상인 환경에서 가장 잘 증식한다.
곰팡이 자체는 인체에 위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번식할 때 공기 중에 퍼지는 포자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 포자는 매우 미세해서 우리 호흡기로 흡입되면 각종 기관지염, 알레르기, 천식 등의 원인이 된다. 어린이는 곰팡이 포자가 기관지를 자극해 잔기침을 일으킬 수 있고, 면역력이 떨어진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들에게는 만성축농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곰팡이는 피부에 난 상처를 통해 세균 감염을 유발한다. 상처부위는 피부가 습한 상태로 장기간 있게 되기 때문에 세균 번식에 좋은 조건일 수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피부 질환은 발가락에 생기는 무좀과 사타구니의 완선, 몸통이나 두피의 어루러기 등이다. 이외에도 곰팡이의 퀴퀴한 냄새는 메스꺼움과 피로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김수영 을지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만약 벽지 자체에 습기가 생겨 눅눅해지면 마른걸레로 닦아내고 헤어드라이어로 말려준 후 습기제거제를 뿌리거나 락스(유성페인트)를 살짝 발라주는 것이 좋다"며 "이미 곰팡이가 피었다면 산에 약하므로 마른걸레에 식초를 묻혀 닦아주고, 그래도 잘 제거되지 않으면 헤어드라이어로 말린 후 브러시나 칫솔, 결이 고운 샌드페이퍼 등으로 조심스럽게 긁어서 제거하면 된다"고 말했다.
◇제습과 청결이 곰팡이 막는
베란다나 욕실 등의 타일에 생긴 곰팡이는 가볍게 솔로 문질러 털어준 후 분무기에 락스를 넣고 물을 조금 섞은 후 뿌리면 깨끗이 제거된다.
옷장에는 제습제를 넣어두고 옷장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놓으면 습기 제거는 물론 잉크냄새를 싫어하는 해충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제습제를 둔 후에도 옷장 주변으로 습기가 유입되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고 자주 통풍을 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하루 2시간 이상 창문을 열어주는 등 환기를 해줘야 하는데, 전용 제습기를 사용하거나 에어컨의 제습 기능을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수영 교수는 "아기를 키우거나 천식 등 만성호흡기 질환 환자가 있는 가정은 외부와 온도차가 크게 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1~2주일에 한번 에어컨 필터를 세척해야 한다"며 "곰팡이나 세균을 없애주는 에어컨 필터 전용 세정제나 스프레이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곰팡이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제습'과 '청결'이다. 환기와 살균이 곰팡이균의 발생을 막는 길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자외선등을 구입해 눅눅한 곳이나 곰팡이가 핀 곳에 약 15분 정도 켜놓으면 곰팡이의 번식 방지와 살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장시간 눈에 직접 노출이 되면 백내장이 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에어컨, 숙면을 위한 온도보다 2~3도 높게
여름철 더위보다 더 무서운 것이 불면증의 원인 열대야다. 열대야란 밤이 돼도 기온이 25℃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상태로 숙면을 위한 적정온도보다 높기 때문에 잠들기 힘들어진다.
미국 존슨홉킨스대학교 신경학과 레이첼 살라스 박사가 미국 국립수면재단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18~20℃가 잠자리에 들기 가장 적당한 온도다. 실내 온도가 낮으면 잠 잘 때 일어나는 체온의 변화가 좀 더 자연스럽고, 반면 온도가 높으면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제대로 된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면시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건강한 성인에게 필요한 평균 수면시간은 7~8시간, 어린이와 청소년은 9~10시간 정도다. 셰익스피어 작품인 헨리4세 중 '잠은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하는 부드러운 간호사'라고 말한 대목처럼 잠은 휴식을 통해 낮에 소모된 에너지를 보충하고, 신체가 정상적인 기능을 잘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반대로 불면증에 시달리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잠들기 적당한 온도는 18~20℃정도지만 중요한 것은 에어컨 온도센서는 이보다 약간 높게 설정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 에어컨은 높은 위치에 설치돼 있는데, 그 위치의 온도는 침대나 바닥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의 취침 적정 온도가 20℃면 22~23℃ 정도로 설정한다.
잠들고 1~2시간 경과 후 에어컨이 멈추도록 타이머를 맞춰 둔다. 밤새 에어컨이 작동되면 새벽녘에 체온이 떨어지면서 추위를 느끼고 잠이 깰 수 있다. 아침 5시에 다시 에어컨이 가동될 수 있도록 타이머를 설정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여름철 아침 5시는 외부온도가 다시 상승하면서 더워지는 시간대다.
김의중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방충망이 있는 상태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선풍기를 작동시켜 놓으면 침실 내 열이 쌓이지 않아 숙면을 취할 수 있다"며 "이때 선풍기 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적절한 잠자리 용품도 숙면에 도움을 준다. 시트나 이불커버는 흡습성(습기를 빨아들이는 능력)이나 환기성이 뛰어난 것을 사용하다. 피부에 직접 닿았을 때 서늘하고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불은 까끌… 잠옷은 부드러운 재질
삼베나 마 소재 제품이 여름철 이불로 인기가 많은 이유가 이런 요건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가급적 혼방제품을 피하고 100% 천연제품을 써야 효과 좋다. 잠옷 역시 통풍이 잘 되고 땀을 잘 흡수하는 제품을 선택한다. 삼베, 마 재질도 좋고 면도 괜찮다. 특히 잠옷은 부드럽고 편한 것으로 입어야 한다. 간혹 타이트한 쫄티를 입고 자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호흡하기가 불편하고 땀이 차면서 숙면을 방해한다. 또, 냉한체질이 아니라면 머리와 발을 시원하게 한 상태에서 자는 것도 좋다. 차가운 타월을 베게로 삼거나 발아래 놓아두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 역시 여름철 숙면에 도움이 된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운동 부족인 경우가 많다. 조깅, 수영, 자전거 타기, 걷기 등의 유산소 운동이 특히 숙면에 도움이 된다. 단 지나치게 격렬한 운동은 좋지 않다. 또, 자기 직전에 하는 운동은 오히려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니 적어도 잠자기 2~3시간 전에 운동을 마치도록 한다.
습도 및 온도가 높을 때는 운동을 삼가고, 잠자기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면 좋다.
여름철 숙면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다. 우선 지나친 낮잠은 피해야 한다. 부족한 잠을 낮잠으로 보충하면 밤잠은 더욱 힘들어진다. 너무 피곤한 경우 15~30분 정도의 가벼운 낮잠은 두뇌의 능률을 높인다.
잠들기 전 지나친 음식 섭취도 금물이다. 배가 고파 잠을 이루기 어려울 경우에는 우유나 크래커 등의 간식을 가볍게 먹는다. 많이 먹으면 위에 부담을 줘 오히려 잠들기 어렵다.
간혹 술을 한잔 마시고 잠을 청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오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 효과는 잠깐 뿐이고 오히려 수면 중간에 자주 깬다. 특히, 맥주를 마시게 되면 소변이 잦아져 탈수현상이 나타나고 그 결과 체온이 올라가게 된다. 열대야 효과를 배가시키는 셈이다. 이밖에 카페인이 든 커피, 홍차, 초콜릿, 콜라, 담배는 뇌를 깨우는 효과가 있어 수면을 방해한다.
<여름철 숙면을 위한 팁>
- 수면을 못 취했어도 아침에는 같은 시간에 일어나도록 한다.
- 낮잠은 되도록 피한다.
-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고 잠자리로 향한다.
- 배가 고파서 잠을 못 이루면 따뜻한 우유를 한잔 마신다.
- 억지로 잠을 자려고 애쓰지 말고, 거실이나 다른 방에서 지루한 책을 읽거나 단조로운 음악을 듣다가 잠이 오면 침실로 간다.
- 늦은 오후 이후, 특히 잠자기 직전에는 술, 커피, 콜라, 녹차 등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 자기 직전에는 수박이나 음료수를 많이 먹지 않는다.
- 자기 직전에는 공포영화를 보거나 흥분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
- 자기 직전에는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PC를 사용하지 않는다.
-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되 자기 전에는 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