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지대가 나타난 듯 하다. 포스트시즌의 마지노선인 5위. 올 시즌 후반기 KBO리그에 등장한 '블랙홀'의 또 다른 이름이다.
현재 5위의 주인 넥센 히어로즈가 치고 나가지 못하면서 불거진 현상이다. 여기에 하위권 팀들의 약진이 더해지면서 마치 '5위' 자리가 여러 팀들을 하나로 끌어모으는 듯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위쪽에 있는 팀은 해당사항이 없다. 1위 두산 베어스부터 4위 LG 트윈스까지는 마치 '그들만의 리그'를 하는 듯 멀리 떨어진 채 이 흥미로운 진흙탕 싸움의 관전자가 되어가고 있다.
24일 현재 5위 넥센은 4위 LG와 4.5경기로 벌어져 있다.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열린 홈 3연전에서 스윕을 당하며 생성된 격차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현재 넥센의 경기력이라면 이 격차가 꽤 길게 유지될 가능성이 짙다.
반면 5위 이하의 접전은 갈수록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 삼성 라이온즈의 대약진 덕분이다. 삼성은 최근 3연승을 포함해 최근 10경기에서 8승2패의 뛰어난 경기력을 자랑하며 상승기류를 탔다. 그 덕분에 6위 KIA타이거즈에 불과 0.5경기 차이로 접근했다. 그리고 5위 넥센과는 이제 겨우 2경기차다. 4-5위의 격차보다 5-7위의 격차가 더 좁다.
8위 롯데가 삼성과 3경기차로 약간 멀어져 있지만, 9위 KT도 최근 10경기 6승4패의 상승세를 앞세워 롯데에 0.5경기차로 따라붙었다. 6-7위, 8-9위 싸움은 그야말로 점입가경. 그리고 이 1차 싸움의 승자는 점점 더 5위 자리로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가장 요주의 팀은 삼성이고 그 뒤는 KT다. 하락세에 있는 KIA와 롯데는 현 위치 수성이 불안하기 짝이 없고, 넥센은 약간의 여유는 있지만 안심하기 어렵다. 만약 삼성이 계속 상승 흐름을 이어가 KIA를 제치고 6위가 된다면 그 막강한 기세를 넥센이 감당하기 쉽지 않다.
해당 팀들은 입이 바짝 마를 정도로 스트레스가 클 것이다. 하지만 KBO리그 전체의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다.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앞두고 시즌 후반에 새로운 경쟁 구도의 등장은 팬의 관심을 더욱 뜨겁게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각 팀 팬들의 입장에서도 '수성'과 '역전'이라는 별개의 목표가 생겼으니 더욱 경기를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듯 하다. 언젠가는 누군가의 승리로 결판이 나겠지만, 이 블랙홀 싸움이 그리 쉽게 끝날 것 같진 않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