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전 세계 마블 팬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던 마블 최초의 빌런 히어로 '베놈'. 베놈의 압도적인 비주얼은 생생시 살려냈지만 '정통 히어로'가 아닌 '빌런 히어로' 혹은 '안티 히어로'만이 가질 수 있는 위엄은 놓치고 말았다.
정의로운 기자 에디 브록(톰 하디)이 외계 생물체 '심비오트'의 숙주가 된 후 마블 최초의 빌런 히어로 베놈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베놈'(루벤 플레셔 감독). 2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1984년 코믹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베놈은 빌런의 비주얼과 서사를 가졌음에도 철저한 규칙으로 진짜 악당을 소탕하는 일에 앞장 서온 베놈은 오로지 정의만을 대변하는 '정통 히어로'들은 가질 수 없는 '빌런 히어로' 혹은 '안티 히어로'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07년 개봉한 샘 레이미 감독의 영화 '스파이더맨3'을 통해 처음으로 스크린에 구현됐지만, 원작 코믹스에 비해 현저히 왜소한 체구와 평범한 비주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2018년 솔로무비로 새롭게 태어난 '베놈'에서 구현된 베놈의 비주얼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날카로운 이, 커다란 흰 눈, 180도를 펼쳐지는 턱, 긴 혀와 번들거리는 검은색 피부는 원작 코믹스의 비주얼을 그대로 살려내면서도 스크린 전체를 꽉 채우며 압도한다. 여기에 덩굴, 거미줄, 칼, 도끼 등 자유롭게 변하는 두 손과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촉수 등 섬뜩한 비주얼은 베놈이 빌런 히어로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베놈'은 '빌런 히어로'라는 정체성을 서서히 잃고 오히려 코믹하고 유쾌한 가벼운 히어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에디 브룩(톰 하디)의 몸을 지배한 베놈이 극중 '진짜 악당'인 칼튼 드레이크(리즈 아메드) 박사와 그의 몸을 지배한 또 다른 심비오트를 막아서는 이유는 공감하기는커녕 황당하기 그지 없다.
마치 피터지는 싸움을 하던 슈퍼맨과 배트맨이 '엄마 이름이 같다'는 이유를 급 화해를 하는 설정으로 혹평을 면치 못했던 DC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 잭 스나이더 감독)를 보는 듯 하다. 후반부 손에 땀을 쥐게 그려져야 할 주인공 베놈과 메인 빌런의 하이라이트 격투신 또한 두 사람이 싸우는 이유만큼이나 허무하게 끝이 난다. 하이라이트의 이정도 허무함은 '저스티스 리그'(2017, 저스티스 리그)를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 에디 브룩(톰 하디) 외에 모든 캐릭터도 도구적이고 전형적으로 소비된다. 메인 슈퍼 히어로 영화임에도 히어로 외의 주변 인물들의 입체적으로 그리는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양새. 메인 빌런으로 거듭나는 칼튼 드레이그는 숱하게 많은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그려졌던 천재 과학자 CEO의 뻔한 설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에디 브룩의 전 여인 앤 웨잉(미셸 윌리엄스) 역시 '주인공 전 여친'이 보여주는 뻔한 모습만 보여준다.
한편, '베놈'은 톰 하디, 미셸 윌리엄스, 리즈 아메드, 제니 슬레이트, 우디 해럴슨 등이 출연한다. 러닝타임은 107분이며 쿠키영상은 쿠키 영상 1개다. 10월 3일 개봉.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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