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은 매우 예민하다. 구장 환경, 날씨, 상대 투수 등 많은 요소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또한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 임하면 또 거기서 오는 중압감이 컨디션을 뒤흔든다. 이런 부담감을 오히려 동기부여의 계기로 만드는 선수도 있지만, 반대로 중압감에 눌려 평소 때의 집중력마저도 유지하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케이스를 현재 넥센 히어로즈에서 찾자면 베테랑 3루수 김민성이 될 듯 하다.
김민성의 컨디션이 포스트시즌에서 영 좋지 못하다. 단순히 타격감의 문제만은 아니다. 수비에서도 전혀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공격의 맥이 끊기고, 수비에서도 깔끔한 마무리가 나오지 않으면서 전반적으로 팀에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7일 SK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대표적이었다. 준플레이오프 때도 사실 좋은 모습은 아니었는데 이날도 김민성은 주전 3루수에 중심 타선에 해당하는 6번으로 배치됐다. 베테랑의 활약에 기대를 거는 장정석 감독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김민성은 이날 타격에서는 5타수 1안타에 그쳤다. 그런데 안타를 못 친 4번 가운데 2번이나 득점권에 주자를 쌓아두고 해결하지 못했다. 3-8로 뒤지던 6회초에는 2사 1, 2루에서 평범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어 8-8로 맞선 9회초 2사 2, 3루의 결정적 장면에서도 2구 만에 3루수 땅볼에 그쳤다. 타격 페이스가 상당히 저하돼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건 수비에서의 집중력 저하 현상이 포착된다는 것이다. 3-5로 점수차이가 많이 나지 않던 5회말 수비 때였다. 무사 1, 2루에서 바뀐 투수 안우진이 첫 상대인 이재원을 삼진으로 잡으며 기세를 살렸다. 이어 후속 김동엽에게도 평범한 땅볼을 유도했다. 타구는 3루수 김민성의 정면으로 향했다. 스피드나 바운드가 모두 평범했기에 김민성은 무난히 공을 캐치했다. 이제 선택의 순간이다. 무사나 1사에서 주자가 있을 때 땅볼 타구를 잡은 내야수의 제1 선택은 '병살 플레이'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두 번째로 선행 주자를 잡아야 한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선행 주자를 잡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그때 1루로 송구해 타자 주자를 잡아야 하다.
김민성이 타구를 잡았을 때 2루에 있던 SK 로맥이 주루에서 작은 실수를 했다. 무턱대고 뛰다가 김민성 근처까지 온 것. 만약 김민성이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더라면 로맥의 움직임을 먼저 체크했어야 했다. 그러면 쉽게 태그 아웃시켜 선행주자를 잡을 수 있었다. 타이밍상 더블 플레이까지는 힘들 수도 있었지만, 시도해볼 만 했다. 어쨌든 수비 정석은 김민성이 로맥을 우선 처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민성은 공을 잡자마자 다른 내야 주자 상황은 체크하지도 않고 무조건 1루로 던졌다. 발이 빠른 편이 아닌 김동엽은 쉽게 아웃됐지만, 그 사이 주자들은 모두 한 베이스씩 나갔다. 2사 1, 2루가 될 상황이 2사 2, 3루로 어려워진 셈이다. 이후 안우진은 김성현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이 홈런이 전부 김민성의 부주의한 수비 탓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전반적인 수비 흐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 건 맞다.
투타 슬럼프와 집중력 저하가 이어지는 선수는 휴식을 통해 다시 정상 페이스를 되찾을 수도 있다. 과연 넥센 장정석 감독은 집중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김민성에 대해 어떤 조치를 내리게 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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