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원정에서 내심으로는 '2승', 최소한 '1승1패'를 노리던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넥센은 27~28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 2차전에서 모두 패하고 말았다. 가장 원하지 않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 것이다. 덩달아 첫 포스트시즌에서 승승장구하던 '가을초보' 장정석 감독의 질주에도 제동이 걸릴 위기다.
처음 팀의 지휘봉을 잡은 지난 해에는 여러 가지 시행 착오를 겪으며 끝내 팀을 가을 무대에 올려놓는 데 실패했던 장 감독은 절치부심하며 올 시즌을 준비했다. 넥센 팬들의 비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조금씩 노련함을 몸에 익혔다. 자신을 낮추는 특유의 리더십을 형성하는 계기로 삼았다.
결국 올 시즌 팀을 리그 4위로 올려놓으며 감독 데뷔 2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올 시즌도 결코 순탄치는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서건창 이정후 김하성 박병호 등 팀의 주전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5월중에는 주전포수 박동원과 마무리 투수 조상우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팀을 이탈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팀 외부적으로 전 대표이사의 구속과 재판, 실형 확정 등으로 팀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팀 내부적으로도 여러 악재가 겹친 시즌이었다. 그럴수록 장 감독의 인내와 선수단 결집 능력이 빛을 발했다. 간판 선수들이 사라졌을 때 김혜성과 송성문 김규민 임병욱 등 비주전급 선수들을 적극 활용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드는 능력을 입증한 것이다.
이런 시련을 함께 겪어낸 넥센 선수들은 특유의 '원팀 세리머니'로 대표되는 단결력을 바탕으로 가을 무대에서도 선전을 이어갔다.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 2차전까지 포스트시즌 3연승을 내달렸다.
비록 3차전에서 연승이 끊겼지만, 다시 기운을 추슬러 4차전을 따내며 정규시즌 4위에서 플레이오프까지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퍼플(넥센의 팀 컬러) 스톰'이 불어닥친 것이다. 장 감독 또한 넥센의 또 다른 '라이징 스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5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체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무엇보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 때 입은 어깨 부상으로 남은 경기에 뛸 수 없게 된 이정후의 공백이 큰 데미지였다. 그럼에도 장 감독은 다시 선수들을 독려해 플레이오프에 나섰다. 지난 26일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때 "선수들이 나를 이 자리에 앉게 해줬다"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린 장 감독은 "마지막으로 한번 더 미디어데이에 나오겠다"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2주를 푹 쉬며 플레이오프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나온 SK의 전력은 예상보다 강했다. 넥센은 1차전에서 힘으로 밀렸고, 2차전에서는 이렇다 할 반격도 하지 못한 채 완패했다. 믿었던 외국인 원투펀치의 힘도 소용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감독과 넥센 선수들은 여전히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비록 플레이오프 2패 뒤 리버스 스윕 확률이 14.3%에 불과하지만 3, 4차전이 안방에서 펼쳐지는 만큼 '기적'을 일으키겠다는 각오가 뜨겁다. 마침 넥센이 시즌 중반 이후 고척 홈경기에서 SK에 4연승 중이라는 점도 선수단에 희망을 불어넣는 요소다. 과연 장정석 감독과 넥센 선수들의 '퍼플 스톰'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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