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거짓말'로 마지막까지 멋있었던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
넥센 히어로즈의 2018 시즌이 아쉽게 마무리 됐다. 넥센은 2일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0대11로 분패하며 시리즈 2승3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4-9로 밀리던 경기를 9회 동점을 만들고, 10회초 역전에까지 성공하며 대형 사고를 치는 듯 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넥센이 만약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면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이후,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치른 팀이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역사를 만들 뻔 했다.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넥센의 가을 10경기는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넥센을 이끄는 장 감독도 마지막 품격을 보여줬다. 장 감독은 5차전 후 "5차전 가장 아쉬운 장면이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정말 없다. 전혀 아쉽지 않다. 선수들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열심히 싸워준 선수들을 치켜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아쉽지 않을 감독이 어디 있을까. 장 감독은 아마 밤새 잠을 못이뤘을 것이다. '왜 내가 여기서 이 선수를 바꿨지', '왜 내가 이런 작전을 쓰지 않았지'라는 생각을 수만 번 했을 것이다. 분명히 잡을 수 있는 경기였고, 찬스도 수차례 왔었다. 누가 봐도 아쉬운 장면이 여러개였다. 아쉽지 않다는 장 감독의 말은, 그동안 열심히 싸워준 선수들에 대한 배려였다. 말그대로 착한 거짓말이었다.
장 감독은 염경엽 전 감독의 사퇴 후 지난 시즌부터 넥센 지휘봉을 잡았다. 운영팀장 출신으로 지도자 경험이 없었기에 걱정의 시선이 많았다. 키보드를 사람들을 괴롭히는 일부 네티즌들은 그를 입에 담지 못할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도자 경험 없이도, 차분하게 팀을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감독 2년차인 올해는 온갖 악재 속에서도 선수단을 잘 추스러 정규시즌 4위를 차지했다. 그 과정 이정후, 김혜성, 송성문, 주효상, 최원태, 이승호 등 넥센의 미래를 책임질 수많은 젊은 선수들을 키워냈다.
그리고 단기전 조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터지지 않는 팀 간판 박병호에 대한 자존심을 지켜주는 동시에,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내는 용병술로 이제 KBO리그 확실한 감독으로 자리매김 했다.
누가 봐도 너무나 아쉬울 장면, 아쉬움을 토로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에서 터져나올 것 같은 슬픔을 참고 선수들을 챙긴 건 멋진 수장의 모습이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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