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첫승이 세스 후랭코프의 어깨에서 완성됐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던 투수는 '히어로'로 우뚝 섰다.
두산이 올 시즌을 앞두고 후랭코프를 영입했을 때까지만 해도 기대치가 낮았다. 스포트라이트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에게 쏠려있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성공을 거둔 린드블럼은 두산과 총액 145만달러(약 16억3000만원)에 계약했고, 후랭코프는 85만달러(약 9억5000만원)에 사인했다.
더구나 후랭코프는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투수였다. 빅리그 경험도 지난해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딱 1차례 등판한 게 전부다. 아시아야구 경험도 없다. 구속이 압도적인 유형도 아니다.
하지만 두산은 미국 현지에서 직접 본 후랭코프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기록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지만, 실제로 봤을 때 공이 굉장히 지저분한 스타일이었다. 직구 하나만 가지고 덤비는 투수보다 KBO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모험이었는데, 모험이 적중했다. 후랭코프는 시즌 초반부터 연승 가도를 달렸다. 13연승. KBO리그 데뷔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이었다. 후랭코프에게 승운이 따른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만들기에 운도 따라온 것이다.
구단의 관리도 철저했다.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후랭코프가 미국에서 풀타임 선발 시즌을 보낸 적이 없다는 것. 불펜으로 주로 뛴 선수라 투구수, 체력 관리가 따라야 했다. 두산 코칭스태프는 이런 부분을 감안해 후랭코프의 경기당 투구수를 100~110개 이내로 무조건 끊게 하고, 등판 이후 휴식일도 반드시 지켰다. 올해 아시안게임 브레이크가 3주가 있었던 것이 후반기 후랭코프에게 큰 도움이 됐다.
18승으로 다승왕 타이틀을 거머쥔 후랭코프는 9월 말에 일찌감치 정규 시즌을 마쳤다. 개인 타이틀도 확정지었기 때문에 "무리해서 20승에 도전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두산의 정규 시즌 우승이 결정되자, 린드블럼과 함께 10월 초에 따뜻한 일본 미야자키로 건너가 몸을 만들었다.
준비는 결과로 드러났다. 후랭코프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6⅔이닝 5안타 10탈삼진 2볼넷 3실점(1자책) 호투를 펼치고 승리 투수가 됐다. 올 시즌 자신의 최다 투구수(117개)와 최다 탈삼진 기록을 썼다.
두산 입장에서는 이보다 반가울 수 없는 승리다. 4일 열린 1차전에서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을 내고도 3대7로 졌기 때문에, 후랭코프의 어깨가 무거웠다. 그리고 후랭코프의 호투를 바탕으로 2차전 7대3 승리를 가져왔다. 2차전 MVP도 후랭코프 차지였다.
'무명의 불펜 투수'는 이렇게 '우승 선봉장'이 되어 한국에서 성공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잠실=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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