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야구, 어떤 이에게는 사무친 한(恨)이다. 우승반지 하나 없이 현장을 떠나는 야구인이 허다하다. 선수뿐만 아니라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김경문 전 감독은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 사령탑으로 4차례나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모두 눈물을 흘렸다. 가장 큰 무대에서 웃어보지 못했다. 김 전 감독은 그래도 '행복한 케이스'다. 김시진 전 감독(현 KBO리그 경기운영위원)은 현대 유니콘즈, 넥센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까지 3개팀을 7시즌 지휘했는데,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전력을 갖춰도 시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가을 야구는 허락되지 않는다. 선수 뿐만 아니라 지도자에게도 가을 야구는 특별한 무대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더하다.
올해까지 KBO리그에서 '감독' 타이틀을 단 지도자는 총 77명(대행 포함)이다. 이 중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지도자는 36명, 절반이 안된다.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라는 영예를 얻은 지도자는 15명 뿐이다. 사령탑에 올라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볼 수 있는 확률은 19.4%에 불과한 셈이다. 한 번이라도 한국시리즈를 밟아본 지도자는 총 26명. 이 중 15명이 우승을 차지했으니 한국시리즈 진출만 해도 '절반의 성공'은 이뤘다고 볼 수 있다.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한국시리즈 때마다 회자되는 야구인이다. 한국시리즈 최다 진출(12회) 및 최다 우승(10회), 최다 연속 우승 공동 1위(1986~1989년) 기록을 갖고 있다. 한국시리즈 통산 승률이 무려 6할9푼8리(44승5무19패)다. 그는 해태와 삼성, 두 팀에서 우승을 경험한 유일한 지도자다.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은 현역 사령탑 중 가장 많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삼성 라이온즈 지휘봉을 잡은 2011년 첫해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2015년에는 페넌트레이스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지만, 두산 베어스에 우승을 내줬다. 2010년대 초중반 삼성은 KBO리그 최강 전력을 자랑했다. 류 감독은 올해 LG 트윈스를 이끌고 가을 야구를 꿈꿨으나 정규시즌 8위에 그쳤다. 삼성 감독 마지막 해인 2016년에 이어 다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부임 첫 해 한국시리즈 진출의 감격을 맛본 사령탑은 총 9명이다. 이 중에 우승까지 이뤄낸 이는 김영덕(1982년·OB), 김응용(1983년·해태), 선동열(2005년·삼성), 류중일(2011년·삼성), 김태형(2015년·두산) 감독까지 5명이다. 이 중 김태형 감독은 유일하게 같은 팀 소속으로 선수(1995년)와 감독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김영덕 감독은 1982년 KBO리그 원년 우승 후 삼성에서 2회(1984, 1986년),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이글스)에서 4회(1988~1989년, 1991~1992년), 총 6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에 재도전했지만, 모두 눈물을 삼켰다.
올 시즌에는 새로운 기록이 나왔다. 미국 출신인 트레이 힐만 감독이 SK 와이번즈를 한국시리즈 4번째 우승으로 인도했다. 힐만 감독은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첫 외국인 타이틀과 더불어 한국-일본 프로야구(니혼햄 파이터스·2006년)에서 모두 우승을 맛본 첫 외국인 지도자가 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