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의 인생과 구단의 미래를 함께 만족시키는 방향을 고민 중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일찌감치 외부 FA(자유계약선수)에 대한 관심을 끊고 내부 FA 단속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내야수 김민성(30)과 불펜 필승조 이보근(32)이 FA 신청을 한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구단은 이들을 '합리적인 선'에서 잔류시킨다는 기조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고형욱 넥센 단장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선수측의 입장을 들어봐야 하겠지만, 일단 두 선수 모두 팀에 기여한 바가 크고 앞으로도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선수"라며 FA 계약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관건은 역시 규모다. 두 선수 모두 팀의 핵심전력이긴 하지만, 어느 팀에서나 탐을 낼 만한 '대형 FA'라고는 하기 어렵다. 김민성은 올해 128경기에 나와 타율 2할8푼3리(413타수 117안타)에 10홈런, 45타점, OPS 7할6푼5리(장타율 0.414, 출루율 0.351)을 기록했고, 이보근은 64경기에 등판해 7승6패24홀드, 평균자책점 4.28을 찍었다. 모두 준수한 성적이지만 특급에는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더구나 최근 들어 FA 시장에서도 거품이 점차 빠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변수다. 따라서 장기간에 걸친 대형 액수의 계약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은 상황이다. 두 명 모두 생애 첫 FA가 되는데 다소 불운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구단에서는 이들의 미래가치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제 막 30대 초반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향후 수 년간은 정상급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평가다. 고 단장은 특히 김민성에 관해 "올해 부상 여파로 자기 기량에 다소 못 미쳤지만, 몸 상태만 회복하면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사실 그간 히어로즈 구단은 FA 시장에서 일관된 기조를 유지해왔다. 'FA 광풍'에 휩쓸리지 않고 팀의 재정을 감안해 매우 현실적인 계약을 끌어냈다. 또한 '특급'으로 분류되는 내부 FA들의 경우는 무리하게 잡지 않고 자연스럽게 시장에 내보냈다. 2015년 말 FA가 된 유한준과 손승락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넥센을 떠나 각각 KT와 롯데에 똑같이 4년-60억원을 받고 새 둥지를 틀었다.
대신 넥센은 그해 이택근과 4년간 35억원, 투수 마정길과 2년-6억2000만원에 계약했다. 지난해에도 내부 FA 채태인과 1+1년 10억원(옵션 4억 포함)에 계약한 뒤 롯데와 곧바로 트레이드 하는 등 매우 현실적으로 접근한 바 있다. 결국 김민성이나 이보근에 대해서도 이러한 기조가 유지될 듯 하다.
두 선수의 올해 연봉(김민성 3억5000만원, 이보근 1억4000만원)을 기준으로 볼 때 총액 30억원 이상의 대형 계약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고 단장은 "22일과 23일에 걸쳐 두 선수의 에이전트와 1차 만남을 진행할 예정이다. 선수 측의 생각을 들어보고 좀 더 구체적인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