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저 학교 정말 잘한다!"
2층 관중석에 쪼르르 모여 앉은 여학생들이 다른 학교의 경기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유니폼에는 '김화여중'이 깊게 새겨 있다. '주장' (조)민서는 "배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요. 비록 우리학교는 패했지만요"라며 호호 웃었다.
민서가 다니는 김화여중은 강원도 철원군에 위치한 전교생 115명의 작은 학교다. 친구의 친구는 물론, 동생의 친구까지도 모두 알 정도다. 그래서 민서를 비롯해 (고)진주와 (함)다영이가 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많았다.
"중학교 1학년 때 배구부가 창단했어요. 9인제 배구인데, 부원이 8명밖에 없는 거에요. 그래서 운동을 잘하는 친구 한 명을 급히 영입해서 가까스로 인원을 맞췄죠. 하지만 마땅히 훈련할 곳을 찾지 못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이 많았어요. 궁여지책으로 풋살 골대를 네트 삼아서 운동했어요."
열악한 환경. 그래도 이들이 배구를 그만두지 않은 이유는 분명했다. 재미 있었기 때문이다.
진주는 "다른건 잘 모르겠어요. 그냥 재미 있어서 해요. 내가 직접 하는 것도 재미 있지만, 이제는 보는 것도 좋아요. 아, 친구들이랑 훈련하다 보면 더 친해지는 것도 있어요. 주장인 민서는 친구들을 잘 감싸 안아줘서 좋고요, 다영이는 재미있어서 좋아요"라며 신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배구 이야기에 한가득 미소를 머금으며 보따리를 풀어놓는 아이들. '언니'의 배구 사랑이 동생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실제 다영이 동생 다원이는 언니를 따라 배구부에 가입했다. 자매는 처음으로 전국대회에 참가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다.
단 8명에서 출발했던 김화여중 배구부, 이제는 12명의 선수가 함께 뛴다. 언니들이 뿌린 희망의 씨앗이 동생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2학년 친구들은 조금이라도 더 배구를 하겠다며, 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리시브 훈련에 몰두했다. 올해 처음으로 전국대회를 밟은 1학년 학생들의 얼굴에는 신바람 어린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배구 코트를 누비는 아이들. 비록 승리하지 못했지만, 이들의 얼굴은 반짝 반짝 빛났다. 아이들은 그렇게 배구를 통해 한 마음으로 또 다른 추억을 쌓아 가고 있었다.
완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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