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윤, 김성현, 노수광, 김동엽, 최 항, 강승호, 배영섭, 허도환...
보통 마무리 훈련은 어린 유망주 선수들이 참가한다. 1군에서 주로 뛴 주전급 선수들, 그리고 나이가 많은 베테랑들은 마무리 훈련에 따로 참가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거나 국내에서 개인 훈련을 실시한다.
하지만 SK의 마무리 훈련은 풍경이 다르다. SK의 마무리 캠프가 차려진 일본 가고시마 사츠마센다이구장. 낯익은 선수들이 많다. 위에 언급한 선수들 외에도 정진기, 김재현, 최승준, 서진용 등 굳이 마무리 훈련에 참가하지 않아도 될만한 선수들이 먼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의윤은 "야구 못해서 왔다"라고 농을 치지만, 이 선수들이 마무리 캠프에 합류한 이유는 따로 있다. 디테일한 야구를 추구하는 염경엽 신임 감독과 내년 시즌 우승 타이틀을 지키려는 선수들의 마음이 맞아 떨어졌다.
SK 마무리 훈련은 다같이 뛰고, 공치고, 던지고 하지 않는다. 선수별 맞춤 훈련이 진행된다. 예를 들면 수비에서 약점이 있다고 평가받는 김성현, 김동엽은 하루 훈련의 70% 이상을 수비에만 할애한다. 흙바닥에서 구르고, 몸을 던지고 하는 건 없다. 염 감독과 코치들이 강조하는 건 오직 '기본'이다. 잡고, 던지기까지의 기본 동작 연습에만 충실하고 있다.
정의윤과 정진기는 계속해서 공을 맞히지 않고, 임팩트 이전 자세까지만 취하는 걸 반복한다. 그동안 자신도 알게 모르게 엎어치던 습관을 버리고, 인-아웃 스윙 궤도를 만들기 위한 숙달 훈련이다. 이번 SK 마무리 캠프에서는 '테이크백'이라는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다. 염 감독과 김무관 타격코치의 핵심 강조사항이다.
손가락 골절상에서 거의 회복한 노수광은 아직 배팅 훈련을 100% 소화할 수 없지만, 방망이 없이 투수들의 공을 본다.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올해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던 최승준은 체중 감량에 집중하며 부활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색할 수 있지만, 이제는 베테랑이 된 배영섭도 묵묵히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
투수들도 피칭, 웨이트트레이닝, 스트레칭 및 러닝 등 선수 각자에 필요한 훈련이 진행된다.
염 감독은 "1군 멤버를 이렇게 많이 데리고 마무리 훈련을 해보기는 처음"이라고 말하며 "내 의지도 있었고, 선수들이 원하는 것도 있었다. 한국시리즈 후 많이 힘든 선수들도 있겠지만, 스프링캠프에 가기 전 '내 것'을 만들고 가야 내년 시즌 준비가 편해진다. 그래서 절대 무리시키지 않고, 선수들이 필요한 것만 얻을 수 있도록 훈련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의윤, 김성현, 허도환 등 한국시리즈 멤버들은 오전 훈련 후 식사를 하고 조기 퇴근을 했다.
그렇다고 마무리 훈련의 가장 큰 목적인 원석 발굴을 게을리 하는 것도 아니다. 야수쪽에서는 내야수 안상현, 하성진이 코칭스태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루수 하성진은 가진 재능에 비해 그동안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 마무리 훈련은 매우 진지하게 임해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소식.
투수쪽에서는 이원준, 조성훈 두 투수가 150km 강속구를 뿌리고 있다. 염 감독은 두 사람의 모습을 내년 시즌 1군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해외 유턴파 하재훈도 엄청난 구위로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을 놀래키고 있다.
염 감독은 "날씨가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좋고 선수들의 훈련 태도와 의지도 매우 훌륭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가고시마(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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