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자유계약선수) 시장은 수년간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뒷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선수들에게는 대박의 꿈을, 팬들에게는 새로운 전력보강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했다. 실효성과 맞물린 몸값 거품논란, 유망주를 내주고 베테랑을 데려오는 데 대한 반론도 끊이질 않았다.
올해는 유례없는 시즌이다. 지난 21일 FA협상이 시작된 이후 계약 소식이 아직 없다. 관망세만 거듭하고 있다. 시장이 예상보다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에이전트제 시행 첫 해에 협상 칼자루가 선수쪽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구단들의 앓는 소리는 기우가 되는 분위기다.
FA시장이 잠잠한 첫 번째 이유는 FA선수들의 매력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최대어 양의지(두산 베어스)를 제외하면 이적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거의 없다. 최 정과 이재원(이상 SK 와이번스)은 잔류가 거의 확실시된다. SK도 잡으려하고, 타팀도 애써 관심을 갖지 않는다. 8년만에 우승을 차지한 SK가 선수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준척급 FA들은 예외없이 잔류 협상이 우선이다. 각 팀들은 보상금은 차치하고라도 보상선수를 내주면서까지 데려올 선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투수FA 자원이 부족한 것도 구단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렸다.
구단들이 FA상한제로 4년간 80억원을 제안한 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주고받기'식 협상카드에 불과했다. 선수협에 '당근'인 FA상한제와 취득연한 축소와 패키지로 제안했던 '채찍'이었다. 심리적인 마지노선은 될수 있지만 매물만 좋다면야 얼마든지 몸값 상한선은 뚫릴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시간을 끌면 유리해지는 쪽은 구단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끌기를 하다 타팀으로 이적을 하면 원소속 구단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강민호 케이스다.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의 미온적인 협상태도에 실망했던 강민호는 삼성 라이온즈의 적극적인 구애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구로 향했다. 롯데는 포수 포지션 약화와 더불어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반대급부로 민병헌을 4년 80억원에 영입하기도 했다.
이적이 불가능한 FA는 무늬만 FA다. 구단들도 이를 안다. FA협상에 임하는 구단들은 선수와의 줄다리기 이전에 타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경쟁구단이 있으면 적극적이고 그렇지 않으면 느긋해진다.
예년같았으면 FA협상 초기 대리인들을 중심으로 이적 가능성에 대한 '카더라 통신'이 쉴새없이 흘러나왔다. 올해는 이마저도 뜸한 모습이다. 일찌감치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등 큰손 구단들의 외부FA 포기선언도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FA시장은 내부FA를 제외하고는 덩치가 큰 선수가 행선지를 잡아야 그 아래급 선수들도 순서대로 둥지를 정한다. 양의지의 행보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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