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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센세이션 일으켰던 지구특공대, 유종의 미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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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8년 전이었다.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에 나선 한국의 약점은 최전방과 그 뒤를 받치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당시 부동의 원톱이었던 박주영(서울)이 부상으로 낙마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마땅한 주전 자원이 없었다. 조광래 당시 A대표팀 감독의 해법은 '젊은피'였다. 약관의 지동원을 원톱에,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구자철(이상 아우크스부르크)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내렸다. '지-구특공대'의 시작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구자철은 5골-3도움을 올리며 득점왕을 거머쥐었고, 지동원도 4골-2도움을 기록했다. '지-구특공대'의 활약을 앞세운 한국은 카타르아시안컵 3위에 올랐다.

'지-구특공대'는 아시안컵 이후 나란히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구자철은 독일 분데스리가의 볼프스부르크에, 지동원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선덜랜드에 둥지를 틀었다. 눈뜨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험난한 유럽에서 8년을 보내고 있다. 둘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2013년과 2014년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짧게 호흡을 맞춘데 이어 2014년부터는 아예 한솥밥을 먹고 있다. 대표팀에서도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구자철은 71경기 19골, 지동원은 49경기 11골을 기록 중이다.

이제 '지-구특공대'는 유종의 미를 꿈꾼다. 무대는 8년 전 자신들을 스타로 만들어 준 아시안컵이다. 지동원과 구자철은 2019년 아랍에미리트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 포함돼, 격전지인 아랍에미리트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구특공대'에 대한 파울루 벤투 감독의 신뢰는 남다르다. 사실 구자철은 지난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은퇴하려 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만류로 뜻을 접었다. 벤투 체제 하에서 단 한 경기를 뛰었지만 기회를 받았다. 역시 세리머니 부상 후 이제 막 복귀한 지동원 역시 마찬가지다. 벤투 감독은 "지동원은 우리 스타일에 최적화된 선수"라고 신뢰를 보냈다.

물론 8년 전처럼 핵심 역할은 아니다. 구자철은 현실적으로 유틸리티 백업이 주 보직이다. 2선, 3선 중 빈자리가 생기면 첫 번째 옵션이 될 수 있다. 구자철 역시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다. 구자철은 "8년 전처럼 다시 득점왕을 하는 것은 어렵다"며 "이제 내가 하기 어려운 만큼 우리 대표팀에서 득점왕이 나올 수 있도록 전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지동원도 황의조(감바 오사카)와의 원톱 경쟁에서 한발 밀려나 있는 상황. 지동원은 "황의조의 컨디션과 벤투 감독의 판단에 따라 내가 나설 수도 있다. 황의조와 스타일이 달라 비교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잘 해낼 자신이 있다"고 했다.

마지막 무대, '지-구특공대'의 목표는 우승이다. 8년 전 아쉬운 결말을 우승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 그래서 마음가짐은 더욱 간절하다. 구자철은 "기대가 많이 된다. 이번 대표팀은 신구 조화가 잘됐고, 장점이 큰 선수도 많다. 조심스럽게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는 지난 59년 동안 선배들이 쉽게 따내지 못했다. 그래서 더 준비를 잘해야 한다. 매 경기 집중하면 분명히 좋은 모습 보일 것"이라고 했다. 지동원도 "대표팀에 워낙 좋은 선수가 많아 우승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