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합니다."
'V리그판 어벤저스' 현대캐피탈의 레프트 전광인(28)이 생애 첫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사실 의외라는 얘기가 많다. "기존 한국전력에서 주포로 활약했고 트리플 크라운 한 개쯤 했을 줄 알았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지난 26일 삼성화재와의 2018~2019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달성한 트리플 크라운(블로킹 3개, 서브에이스 3개, 후위공격 4개)은 개인 1호였다. 아쉽게도 매 시즌 블로킹과 서브에이스가 한 개씩 모자라 트리플 크라운을 놓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광인은 "민망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역대 한 번도 하지 못했고 내가 못할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신경도 쓰지 않았다. 헌데 (문)성민이 형이 트리플 크라운까지 블로킹 1개 남았다고 얘기해주더라. 그래서 있는 힘을 다 짜내 마지막 블로킹을 했다"며 웃었다.
전광인은 4세트 24-16,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삼성화재 레프트 김나운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트리플 크라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간헐적 투입에도 '미친 존재감'을 폭발시킨 신영석은 전광인의 첫 트리플 크라운을 부러워했다. "부럽다"라며 환한 웃음을 보인 신영석은 "센터 포지션이라는 제약도 있지만 보통 나는 센터를 소총, 날개 공격수들을 대포라고 부르는데 대포들도 엄청난 노력을 하기 때문에 질투는 없다. 무엇보다 한 팀에서 두 명이나 트리플 크라운이 작성된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동료로서 대리만족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전광인은 올 시즌 자유계약(FA)으로 둥지를 옮긴 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한 달여간 '국보급 센터' 신영석과 '정신적 지주' 문성민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을 때 팀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뽐내며 추락을 막아냈다. 전광인은 "형들이 빠졌을 때 내가 이끌었다는 것보다 동료들이 자신의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우승을 맛보기 위해 현대캐피탈에 온 전광인이다. 그래서 욕심을 냈다. 스트레스가 심했단다. 그는 "5라운드 때부터 (우승에) 욕심을 냈다. 마음대로 안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았다. 6라운드 대한항공에 패한 뒤 생각을 바꿨다. 한 경기, 한 경기에 목 매여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차라리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어떤 결과가 나와도 승복하자고 했다. 그래야 미련이나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규리그 선두를 달리다 막판에 2위로 내려앉았지만 또 다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사정권에 돌입했다. 현대캐피탈(승점 65)은 단독선두 대한항공에 승점 3점차로 따라붙었다. 남은 3경기에서 운명이 갈린다. 전광인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팀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경기에 빠지지 않고 출전하는 것이 팀도, 나도 서로 윈-윈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대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