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결정전이 낯설어졌다. 우리은행이 주인공의 한 자리에서 빠졌다. 삼성생명이 끝내 챔프전에 올랐다.
삼성생명은 18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우리은행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3차전에서 우리은행을 75대68로 눌렀다.
2승1패. 삼성생명은 KB와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에서 만난다. 플레이오프 7연패에 도전했던 우리은행은 끝내 플레이오프에서 좌절했다.
▶1쿼터=빌링스의 폭발
마지막이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여전히 키 플레이어로 '김한별'을 꼽았다. "2쿼터 사실상 외국인 선수나 다름없다"고 했다. 막기 너무 힘들다는 또 다른 표현.
삼성생명은 야투율에 대한 걱정을 했다. 1, 2차전 삼성생명의 3점슛 야투율은 만족, 그 이상의 수준이었다.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은 "야투가 잘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 그럴 경우 수비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베스트 5의 변동이 있었다. 우리은행은 박지현을 스타팅 멤버로 기용했다. 최은실의 햄스트링 부상 때문이었다. 박지현은 나쁘지 않았다. 공을 안전하게 운반했고, 1쿼터 초반 하킨스의 볼을 스틸, 속공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삼성생명은 1쿼터 단 하나의 3점슛도 들어가지 않았다. 반면 우리은행의 공격은 원활했다. 빌링스가 내외곽을 종횡무진 누볐다. 상대적으로 빠른 스피드를 이용, 하킨스의 수비를 쉽게 뚫었다. 미드 레인지 점퍼도 성공률이 좋았다.
이 차이였다. 21-14, 우리은행의 7점 차 리드. 단, 삼성생명은 별다른 동요는 없었다. 마치, 추격을 착실히 준비하는 웅크림이었다.
▶2쿼터=우리은행 벤치의 반란
2쿼터가 문제였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1차전은 어떻게 하다 보니 2쿼터에 당했고, 2차전은 김한별을 막을 수 없어 2쿼터 힘들었다"고 했다. 우리은행의 기세가 이어졌다.
임영희의 시그니처 플레이, 스크린을 받은 뒤 미드 레인지 점퍼. 김정은의 3점포가 터졌다. 14-26, 12점 차. 이때 삼성생명의 첫 3점포가 박하나의 손에서 터졌다.
이후 6~10점 차의 시소 게임이 이어졌다. 우리은행은 3-2 지역방어를 썼다. 영리한 선택이었다. 삼성생명의 3점포가 터지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김한별과 박하나가 골밑을 공략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우리은행 백업진의 맹활약. 박다정의 3점포, 김소니아의 3점포가 터졌다. 여기에 최은실마저 미드 점퍼를 성공.
삼성생명은 김한별의 개인 돌파로 추격. 단, 우리은행은 박혜진과 임영희의 3점포가 불발됐다. 때문에 계속 추격권. 40-33, 우리은행의 7점 차 리드. 하지만 삼성생명의 반격 여지는 남아있었다. 1, 2차전 2쿼터 졸전을 펼쳤던 우리은행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
▶3쿼터=돌발변수, 김정은의 발목부상
경기 전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걱정스러운 부분 하나를 얘기했다. "사실 김정은이 무릎을 비롯해 여기저기 좋지 않다. 임영희의 마지막 시즌이라 악착같이 뛰는 것 같다"고 했다. 부상에 대한 우려였다.
실제 터졌다. 3쿼터 40초 만에 드라이브 인을 하던 김정은의 왼발목이 돌아갔다. 이미 고질적 부상 부위라 더욱 심각했다. 일어서지 못한 채 실려 나왔다.
김정은의 부상 공백은 쉽게 메울 수 없다. 김한별을 마크할 수도 있고, 내외곽의 스위치의 연결고리. 여기에 공격에서도 존재감이 남다르다. 김정은의 부상을 틈 타 삼성생명은 맹추격에 돌입했다. 결국 7분8초를 남기고 박하나의 골밑슛으로 41-40, 역전에 성공했다. 위성우 감독은 작전타임. 적절한 시점에 잘 끊었다.
이때, 응급처치를 한 김정은이 다시 코트에 들어왔다. 하지만,삼성생명의 흐름은 계속됐다. 날카로운 컷-인으로 이주연의 골밑 슛, 김한별이 다시 돌파 성공. 하지만 우리은행 역시 빌링스의 골밑슛과 임영희의 2득점으로 응수.
우리은행은 전반 빌링스가 상당히 잘했다. 그런데 후반, 턴오버 2개를 했다. 삼성생명 개인기의 위력이 발휘됐다. 박하나가 특유의 헤지테이션 골밑 돌파로 2득점. 김한별이 김소니아의 마크를 뚫고, 특유의 리듬으로 2득점.
결국, 3쿼터 55-47, 8점 차 리드. 단, 우리은행은 3쿼터 임영희와 박혜진을 벤치에서 많이 쉬게 했다. 박지현 김소니아가 많이 뛰었다.4쿼터, 반격을 위한 포석.
▶4쿼터=승부의 끝판왕 김한별
삼성생명은 순항했다. 연속 4득점. 12점 차까지 점수를 벌렸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박혜진을 그대로 벤치에 앉혔다. 좋지 않은 몸상태 때문이었다. 박지현을 기용했다.
승부가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최은실의 3점포. 그리고 빌링스가 연속 4득점을 성공시켰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 골밑의 핵심, 배혜윤은 4반칙, 파울 트러블에 걸렸다.
59-54, 5점 차. 일진 일퇴의 공방전. 이때, 김정은의 3점슛 시도 때, 김한별이 블록을 시도했다. 김정은의 팔이 휘청거렸지만, 심판진은 끝내 파울을 불지 않았다. 위성우 감독이 펄쩍펄쩍 뛰었지만, 심판진은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여전히 노련했다. 임영희가 미드 점퍼를 침착하게 꽂았다. 69-66, 남은 시간은 1분52초. 우리은행의 저력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박지현 5반칙 퇴장. 그러자 박혜진이 투입됐다. 이때 박혜진을 막던 배혜윤이 U파울을 받았다. 엔드라인 패스를 받기 위해 움직이던 박혜진에게 배혜윤이 먼저 팔을 썼고, 때문에 U파울이 선언된 것. 다시 분위기는 우리은행으로 흘렀다. 자유투 2개 성공. 1점 차, 배혜윤은 퇴장당한 상태.
삼성생명 입장에서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하지만, 임영희가 드라이브 인을 하는 도중 험블, 그대로 김한별이 스틸을 했다. 레이업 슛을 하는 과정에서 빌링스의 블록슛 파울. 자유투 1개 성공. 70-68, 2점 차. 아직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상황.
그런데, 우리은행은 빌링스가 또 다시 실책. 이때, 삼성생명은 김한별이 공격 제한 시간 24초를 다 쓴 상태에서 던진 3점슛이 그대로 림을 통과했다. 순식간에 5점 차. 남은 시간은 24.4초.
사실상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다. 김한별을 불러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격려했다.
우리은행은 잘 싸웠다. 하지만, 주전급 임영희 김정은 박혜진의 외곽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고비마다 박혜진의 3점슛은 빗나갓다. 삼성생명은 2쿼터 한 때 12점 차까지 뒤졌지만, 자신의 공격 패턴을 착실히 이행하면서 우리은행의 수비를 뚫었다. 아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