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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나이는 숫자에 불과"..김혜자→김용건 '실버 콘텐츠'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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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100세 시대를 넘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이제는 '실버 세대'를 전면에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 그리고 드라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거 tvN '꽃보다 할배'(2013) 시리즈처럼, 짐꾼이나 비서 등 젊은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닌 실버 세대가 전면에 나서 주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것이 최근 등장한 '실버 콘텐츠'의 특징이다.

먼저 '실버예능'은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SBS '미운 우리 새끼'는 연예인 자녀들의 일상을 지켜보며 대화를 나누는 어머니들이 주인공인 예능 프로그램이다. 자녀들의 일상도 큰 웃음을 주기는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진정한 '재미'를 주는 부분은 바로 어머니들의 수다 타임이다. "얘가 왜 그럴까"로 시작하는 수다는 때로는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등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덕분에 '母벤져스(어머니+어벤져스)'라 불리는 어머니 출연진들이 2017년도 SBS 연예대상의 대상을 받기도 하는 등 제대로 유명세를 탔다.

여기서 더 발전해나간 '실버 예능'들이 바로 tvN '나 이거 참'이나 MBN '오늘도 배우다' 등이다. 실버 세대의 연예인들이 등장해 젊은 세대와 교감하고 소통하는 등이 눈길을 끈다. '나 이거 참'은 10대 어린이와 할아버지가 출연해 교감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가장 어린 세대로 불리는 10대와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들이 우정을 쌓는 모습이 훈훈한 웃음을 자아냈다.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역시 변희봉, 노주현, 설운도, 허참, 그리고 전원책 등의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들이었다.

'오늘도 배우다'는 각 나이대의 배우들이 등장해 '인싸 문화'(인사이더)를 배우는 모습을 담는 예능이다. 김용건으로 시작해 박정수, 이미숙, 정영주, 남상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배우들이 등장한다.

실버 세대들의 바람은 TV예능에 앞서 1인 미디어 채널인 유튜브를 통해 먼저 불어왔다. '코리안그랜드마더'로 불리는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 채널은 78만명(26일 기준)의 구독자를 확보한 대형 채널이다. 할머니 4인방이 등장해 가마솥에 '요즘 음식'을 만들어먹는 '가마솥 힙스터즈'도 인기 콘텐츠다. 할머니들이 가마솥에 감바스를 만들어 먹는 영상은 조회수 63만뷰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누렸다. 또 채널A '도시어부' 등으로 실버 세대의 인기를 주도했던 이덕화도 최근 유튜브 채널을 오픈했다. 이를 TV로 가져온 KBS2 '덕화티비'를 론칭하며 다양한 시청층을 확보했다.

이 뿐이 아니다. 드라마에서도 '실버'와 '중장년'을 겨냥한 작품들의 바람이 거세다. 최근 종영한 JTBC '눈이 부시게'(이남규 김수진 극본, 김석윤 연출)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귀찮은 존재'나 '악'으로 비춰졌던 노인들을 드라마 전면으로 내세웠고, 노년의 삶과 치매, 그리고 그 가족들 삶의 변화를 그려낸 '눈이 부시게'는 김혜자(김혜자/ 한지민)의 삶을 통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낸 작품으로 남았다.

콘텐츠 시장에서 실버 세대의 활약은 지속될 예정이다. 고령화 시대에 따라 실버 세대가 주력 소비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 게다가 실버 세대가 보여주는 '요즘 애들' 문화가 세대간의 격차를 줄이고 젊은 세대와 노년층의 서로에 대한 관심을 부추긴다는 점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실버 세대의 콘텐츠가 우량 소비자인 2049 세대에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제작자들 사이에서도 '실버 콘텐츠' 제작에 대한 기대가 더해지는 중이다.

한 종편 예능 PD는 "실버 세대들이 지켜보고 기다리고 도움을 받는 것을 넘어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트렌드"라며 "노년 시청자뿐만 아니라 중년층, 그리고 젊은 세대의 시청자들까지 확보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