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와 KCC의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챔프전 주인공 가리기다. 가장 큰 관심. 하지만, 또 하나의 이슈가 있다. '이정현 vs 이대성'이다.
양팀 실질적 외곽 에이스. 장외 설전이 벌어졌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현 시점에서 이대성은 이정현의 레벨로 올라왔다"고 했다. 강력한 근거로 "공격 효율성은 약간 떨어지지만, 수비까지 하면서 공격을 하는 것은 이대성이 더 낫다"고 했다. 이 얘기를 들은 스테이시 오그먼 KCC 감독은 "이대성은 매우 좋은 선수지만, 아직 이정현의 레벨이 좀 더 높다"고 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MVP. 이정현은 국내에서 가장 레벨이 높은 기술을 지녔다. 이대성의 활동력은 최상급이다. 아직 보완할 점은 많지만, 공수를 겸비한 가드라는 강한 매력이 있다. 과연, 이대성이 이정현의 수준에 올라왔을까. 아니면 아직 역부족일까.
▶1차전 기록
양 선수 모두 좋지 않았다. KCC 오그먼 감독은 '수비 스페셜리스트' 신명호를 투입했다. 이대성의 흐름을 끊어놓겠다는 계산. 이대성은 총 29%의 야투율. 14득점을 했고, 2점슛 4개 시도 1개 성공, 3점슛 13개 시도 4개 성공했다. 자유투는 하나도 얻지 못했다. 6개의 어시스트를 올렸고, 1개의 스틸을 기록했다.
이정현은 22%의 야투율. 2점, 3점슛 각각 9개 시도 2개 성공. 자유투 3개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5개의 리바운드를 올렸고,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단, 이대성은 하나의 턴오버도 없었던 반면, 이정현은 3개의 실책을 했다.
경기 영향력은 이대성이 미세하게 우세. 이대성은 37분27초를 뛰면서 이정현을 계속 막았다. KCC의 공격 구조는 이정현에게 스크린을 서고, 거기에 따른 2대2 공격 등 옵션을 사용한다. 즉, 이대성은 끊임없이 스크린을 피해 강한 압박 수비를 펼쳤다는 의미. 반면, 이정현은 순간순간 골밑을 지키는 장면이 있긴 했다. KCC는 스위치 디펜스를 적극 사용했고, 모비스는 이를 역이용, 골밑의 미스매치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즉, 공수에 대한 부담감은 이대성이 더 많았다. 단, 이정현의 경우, 순간순간 미스매치 상황을 견뎌야 하는 부담이 많은 상황이 발생한다.
▶이들의 진가
이정현은 확실히 농구 센스가 비상하다.
모비스는 이정현의 2대2 공격에 대해 철저히 준비했다. 스크린이 다가오면, 이대성이 일단 막고, 빅맨(라건아, 함지훈)이 도와준다. 적극적 헷지 수비에 들어간다. 심지어 스위치를 해 버린다.
즉, 이정현 입장에서는 슛을 쏘거나 패스를 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봉쇄된다.
그런데, 1차전 두 장면에서 이정현은 상당히 고급 기술을 보여준다.
이정현이 볼을 잡은 뒤 스크린을 받고 3점슛 라인 밖에서 패스 페이크를 쓴다. 헷지를 들어가던 라건아가 순간적으로 움찔한다. 이대성은 브라운에게 붙은 상황이다. 이정현의 페이크에 의해 이대성과 라건아가 모두 틈을 보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이정현은 오픈 3점슛을 그대로 꽂아 버린다.
두번째, 이정현은 경기종료 2분39초를 남기고 이정현이 볼이 없는 상태에서 스크린을 받는 척 하면서, 다시 되돌아간다. 당연히 스크린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대성은 이 페이크에 속았다. 패스를 받은 이정현은 오픈 3점 찬스를 순간적으로 만든다. 라건아가 리커버하기에는 이정현의 페이크가 너무 좋았다.
이대성은 확실히 에너자이저다. 특히, 위력적 속공 능력은 상당히 좋다. 이날, 모비스의 패스 워크는 매우 예리했다. 그 중심에 이대성이 있었다. 쇼터에게 연결하는 속공, 그리고 쇼터와 이대성을 통해 함지훈에게 연결되는 골밑슛도 인상적이었다. 초반 거침없이 올라가는 3점슛. 하지만 적중률은 좋지 않았다. 단, 경기종료 1분20여초를 남기고 터진 사이드 3점슛은 이날의 백미. 사실상 승패를 결정짓는 쐐기 슛. 이대성은 포효하면서 관중의 호응까지 유도했다.
강력한 활동력으로 이대성은 경기 '지배력'을 자연스럽게 배가시킨다.
▶이들의 약점
이정현은 6강, 4강 플레이오프에서 집중견제를 받는다. 6강에서는 최진수를 만나서 고전했다. 높이가 좋고, 스피드도 뛰어난 최진수의 집중 마크에 이정현의 공격 효율성은 많이 떨어졌다. 이번에는 4강전이다.
운동능력이 좋지 않은 그는 특유의 리듬감과 2대2 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농구 센스로 이런 난관들을 헤친다. 그런데, 모비스는 강력한 스위치 & 헷지 디펜스로 이정현의 공격 루트 자체를 봉쇄하고 있다. 이대성이라는 마크맨도 약간 버거운데, 모비스 팀 디펜스도 이정현의 폭발력을 제어한다.
게다가 승부처에서 이정현의 동작이 커진다. '플라핑'이 드문드문 나온다. 정규리그에서 많이 제어했지만, 결정적 순간에서 다시 동작이 커진다. 고쳐야 할 습관이다.
이대성은 슛 셀렉션이 여전히 문제다. 88-80, 경기종료 1분30초가 남은 상황. 차분히 마무리 해야 할 상황. 이대성이 그대로 3점슛을 던졌다. 3점 라인에서는 떨어진 먼 거리 슛이었다. 쏠 이유가 없는 슛이다.
그 시점에서 KCC는 골밑 수비에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미스매치가 계속 발생했다. 게다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대성의 3점슛이 들어가지 않을 경우, 롱 리바운드가 발생, KCC가 공격 리바운드를 잡을 경우 속공이 나온다. 6점 차라면, 1분 이상 남은 상황에서 안심할 수 없는 스코어 차이. 모비스의 강력한 우세 흐름이 미묘하게 KCC쪽으로 넘어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
즉, 자신감있게 올라가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경기 흐름은 꼭 체크해야 한다. 팀의 에이스로서 꼭 필요한 덕목. 아직 이대성이 불완전한 이유.
▶이정현 vs 이대성, 4강 전망
KCC의 객관적 전력이 떨어진다. 이정현의 부담감이 더 많다. 이 부분을 고려하고 두 선수를 비교해야 한다.
일단, 공수의 밸런스는 이대성을 이정현이 따라갈 수 없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가드를 막을 수 있는 카드. 이대성이다. 수비에 대한 매력은 상당하다. 여기에 활동력이 매우 좋다. 공격까지 적극 가담한다.
이런 이대성의 공수 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이정현이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공격의 완성도, 승부처에서 집중력, 팀 승리를 이끌 수 있는 흐름 잡는 능력은 이정현이 여전히 앞선다. 여기에 이대성도 KCC의 집중견제를 받지만, 이정현에 비하면 강도가 약하다.
이정현은 운동능력이 떨어진다. 체력적 부담감도 많다. 이런 한계가 약간씩 드러나고 있는 6강, 4강 플레이오프다.
반면, 이대성은 기복이 문제다. 탄탄한 안정감을 가지고 있는 이정현에 비해 이대성의 경기 기복은 '치명적 약점'이다. 여전히 이정현이 이대성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대성은 거의 근접했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만 놓고 보면, 이대성이 이정현을 능가할 수 있다. 이번 4강 시리즈는 이런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무대. 하지만 이정현의 레벨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