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전체적인 선수단의 변화가 필요했다."
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날 그는 이대호를 기존 4번 타자가 아닌 6번에 배치했다. 이대호가 6번 타자로 선발 출전하는 것은 2008년 7월 18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11년 9일, 4008일 만이다.
이대호의 별명은 '조선의 4번 타자'. 롯데 뿐만 아니라 야구 대표팀에서도 부동의 4번 타자로 존재감을 발휘하며 얻은 칭호다. 하지만 거듭되는 타격 부진 속에 팀이 최하위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날이 길어지면서, 결국 양 감독이 칼을 빼들 수밖에 없었다.
양 감독은 "사실은 감독으로서 성적에 대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이대호가 현재 방망이가 잘 안 맞는 부분도 고려했지만, 전체적인 선수단의 변화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는 "타순 하향 조정에 대해 이대호와 미리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팀 성적을 올려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대호도 타순은 문제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대호의 타순 조정은 단순히 구조적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팀내 상징적 타자의 이동은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선수단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양 감독은 "'롯데의 4번 타자'로 불리던 이대호라는 선수가 6번 타자로 나온다는 상황 자체에 나머지 선수들도 책임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성적이 안좋으면 분위기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야구는 계속 이어진다"며 "이기는 야구를 보러 오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한 경기 한 경기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대호가 타순 조정 뒤에도 부진할 경우 2군행 등의 조치까지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양 감독은 "롯데에서 차지하는 이대호의 무게를 생각한다면 그런 상황까진 안 나갈 것"이라며 "(이)대호가 부산 야구팬에게 주는 즐거움을 감안하면 그런 선택(1군 말소)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