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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파 영웅'과 '외계인' 키워낸 그레미우 아카데미의 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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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튼 소아레스(23·그레미우)는 지난 7월 2019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3골을 넣으며 깜짝 득점왕에 올랐다. 대회 직전 부상한 '에이스' 네이마르(27·파리 생제르맹)의 대체자격으로 연일 폭발적인 활약을 펼치며 조국 브라질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그레미우 아카데미 디렉터 프란체스코 바를레타는 브라질의 우승보다는 자체 육성 선수인 에버튼이 대회 득점왕에 오른 것이 그들에겐 "트로피"라고 말한다. "그레미우는 승리가 아니라 선수 성장을 목표로 한다. 유스 선수가 에버튼 정도의 레벨에 오르는 것이 우리에겐 큰 기쁨이다."

그레미우는 과거부터 수많은 스타를 키워낸 구단으로 잘 알려졌다. '외계인' 호나우지뉴(39)를 비롯해 브라질 대표팀 윙어 더글라스 코스타(28·유벤투스) 러시아로 귀화한 마리오 페르난데스(28·CSKA 모스크바) 전 리버풀 미드필더 루카스 레이바(32·라치오) 등이 그레미우에서 성장했다. 브라질과 FC 바르셀로나의 주전급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한 아르투르 멜루(23·FC 바르셀로나)가 '최신 작품'이다.

그레미우 선수단 내에도 젊고 유망한 '제2의 호나우지뉴' '제2의 에버튼'이 차고 넘친다. 미드필더 장 피에르(21)와 마테우스 엔리케(21) 공격수 페페(22) 등이다. 이들은 젊은 나이에 3년 연속 '남미 챔피언스리그'인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준결승 진출을 이끌며 유럽 클럽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영국 정론지 '가디언'이 들여다본 그레미우 아카데미는 컨셉부터 확실하다. 바를레타 디렉터는 "가장 큰 목표는 우리팀 1군 선수로 육성하는 것, 두번째는 전 세계 어느 클럽을 가더라도 곧바로 적응할 수 있는 선수를 '생산'하는 것"이라며 "적들은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우루과이는 피지컬, 파라과이는 공중볼, 아르헨티나는 스피드, 칠레는 공수 전환, 콜롬비아는 공격을 중시한다. 다양한 경기 상황에 놓인 선수를 관찰한다"고 말했다.

그레미우는 브라질 축구도시로 알려진 리오 데자네이루, 상파울루, 미나스와는 동떨어졌다. 유망주들은 이 세 도시의 클럽에 모인다. '가디언'은 "이러한 고립이 그레미우의 혁신적인 시도로 이어졌다"고 적었다. 우선, 반경을 넓혔다. 유망주를 일찌감치 유럽, 아르헨티나 등 해외 리그로 보내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한다. 전 세계가 그들의 성장 무대이다.

그레미우 아카데미는 유망주 1명을 육성키 위해 연령별 코치, 피지컬 전문가, 심리학자, 교육 코디네이터, 사회복지사 등을 총투입한다. '교육'과 '사회'를 중시하는 건 그레미우 아카데미에 입문한 선수들이 각기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고이아스 출신인 아르투르의 부모는 아카데미 근처에 아들이 거주할 아파트를 임대할 정도로 부유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스테이크를 훔치는 습관, 한 달에 체중이 4kg가 불어나는 습관을 뜯어고치고 그레미우 문화에 적응시키기 위해 사생활 관리가 필요하다고 구단은 판단했다.

테크니컬 코디네이터 곤칼베스는 "연간 네 차례 선수 평가가 이뤄진다. 모든 부서의 구성원들이 한데 모여 선수 개개인에 대해 논의한다. 해당 선수가 피지컬, 테크너킬, 전술적으로 무엇이 부족한지 등등에 대해서다. 때때로 선수들은 훈련에서 부진할 때가 있다. 이때 구단은 신변에 변화가 생겼는지, 가족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영양 상태에 문제가 없는지를 조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토너먼트에서 탈락했을 때, 우리는 패한 경기를 살핀다. 해당팀 코치들을 부른다. '탈락했으니, 당신은 해고요'와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그러한 패배, 탈락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난다. (다만 코치들과 대화하는 건)최상의 결과가 일관성에서 나온다는 철학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레미우는 과감한 투자 없이 젊은 선수들 위주로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그레미우 선수들은 어린시절부터 다양한 전술,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익힌다. 그렇다고 본질까진 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곤칼베스는 '드리블'과 '득점력'으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끈 에버튼이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호나우지뉴와 아르투르가 바르셀로나에서 빠르게 적응했던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