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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어색하다" KBL 역사상 첫 무관중 경기, 그래도 코트는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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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처음이라 너무 어색하다."

26일, 고양 오리온과 울산 현대모비스의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대결이 펼쳐진 고양실내체육관. 농구장 근처는 삼엄한 분위기가 흘렀다. 평소 팬들의 발걸음으로 시끌벅적하던 것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였다. 체육관 출입구는 선수단이 드나드는 단 한 곳만 제외, 나머지는 모두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만든 풍경이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대한민국을 강타했고, 지난 19일을 기점으로 확진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급기야 26일에는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한국에 첫 번째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지 37일 만의 일이다.

농구장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KBL은 A매치 휴식기가 끝난 26일부터 무관중 경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오리온과 현대모비스전은 KBL 사상 첫 무관중 경기였다.

경비는 삼엄했다. 오리온은 일찌감치 동선을 조정해 혼선을 피했다. 양 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물론, 구단 관계자도 체온 및 개인정보 작성을 진행했다. 이전에는 없던 과정이다.

결전을 앞둔 선수들은 다소 어색한 모습이었다. 허일영(오리온)은 "코로나19 관계로 무관중 경기를 하게 됐다. 팬들이 계시지 않으니 많이 어색하다. 팬들이 계시지 않으니 '그들만의 리그'가 된 것 같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현(현대모비스) 역시 "무관중으로 경기가 치러지는 낯설다. 비록 경기장에 팬들이 계시지는 않지만, TV 중계로 보고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 건강 유의하셔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 팀 사령탑의 걱정은 더 컸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선수단 안전과 건강이 가장 큰 걱정이다. 선수 개개인의 위생에 집중하고 있다. 선수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닌다. 물병도 각자 이름을 써서 사용하고 있다. 선수단 버스도 매일 소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사령탑 데뷔전에 나선 김병철 오리온 감독대행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선수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도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매일 확인하는 것 같다. 무관중 경기는 선수 때도 해보지 않았다. 처음이라 이것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잘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두 팀은 전반 내내 점수를 주고받으며 1점 차 시소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뒷심에서 앞선 것은 오리온이었다. 후반 보리스 사보비치, 허일영의 3점슛 릴레이를 묶어 승기를 잡았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한 오리온은 68대64로 승리했다. 이로써 오리온(13승29패)은 5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김 감독대행은 사령탑 데뷔전에서 값진 승리를 거머쥐었다. 반면, 현대모비스(18승23패)는 연승행진을 '2'에서 마감했다.

한편, 인천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 안양 KGC인삼공사의 격돌에서는 전자랜드가 99대88로 승리했다. 무관중 속에서도 코트는 뜨거웠다.

고양=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