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열심히 뛴다고 했다가 떠나더니 결국 스페인행….
이제는 다시 볼 일 없지만, 찝찝함이 남는 이별이었다. 부산 KT 입장에서는 매우 괘씸한 행동이기도 했다.
남자프로농구가 1일(이하 한국시각)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면 중단됐다. 중단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팀을 꼽으라면 KT다. 코로나19 위험에 바이런 멀린스, 앨런 더햄 두 외국인 선수가 자체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한국을 떠났다. 중단 전까지 서울 SK, 전주 KCC에 허무하게 2연패를 당했다. KCC전은 경기도 지고, 코로나19 환자들과 같은 숙소에서 묵은 KCC 선수들과 경기를 했기에 자체 격리까지 당해야 하는 처지다.
그런 가운데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1일 스페인 언론들은 스페인 프로농구 1부리그 에스투디안테스가 멀린스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한국을 떠난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지구 반대편 새 팀을 찾은 것이다. 자체적으로 계약을 파기한 멀린스는 앞으로 KBL에서 다시 뛸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한국을 떠난 뒤 새 팀을 구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느 시점부터 다른 리그를 찾았는지 알 수 없으나, 환경을 떠나 KBL이라는 프로리그 KT라는 팀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뛰고 있는 선수가 시즌 도중 다른 팀을 찾는 건 예의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이다.
물론, 건강을 걱정해 떠날 생각을 한 건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전국민이 현재 공포에 떨고 있다. 타지에 나온 외국인 선수들의 불안감은 더 클 수 있다. 돈과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한국 탈출의 도구로 이용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멀린스는 더햄이 먼저 떠나기로 한 후 27일 SK전을 앞둔 오전까지 "더 열심히 뛰겠다"고 하다 경기 직전 갑자기 팀을 떠났다. 그 사이 스페인 구단과의 계약을 잠정 합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스페인행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멀린스가 과연 한국을 떠났을까. KT는 위험 속 마지막 보험용 카드였던 셈이다. 코로나19 핑계를 대면, 구단도 보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악용했다.
멀린스는 떠나면서도 자신의 SNS에 KBL을 비판하는 내용을 게재했다. 갑작스럽게 계약을 파기하고 떠나는 것에 대한 사과 한 마디 없었다. KT 입단 때부터 괴팍한 성격 탓에 많은 걱정을 샀는데, KT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어르고 달래며 함께 해왔다. 멀린스의 스페인행 소식을 들은 서동철 감독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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