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린 삼성 라이온즈. 파격의 연속이다.
틀에 갇힌 생각을 깨는 '상식파괴, 형식파괴'가 이어지고 있다. 새로 부임한 허삼영 감독의 자율 리더십과 선수단의 변화된 의식이 어우러져 만들어내고 있는 결과다. 허 감독은 철저히 자율을 강조한다. "강압적인 훈련은 아무리 많이 해도 효과가 없다"는 지론이다.
그래서 훈련 일정 자체를 타이트 하게 짜지 않는다.
허 감독은 "단체 훈련을 줄이고, 각자 개인이 스스로 찾아서 필요한 훈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코칭스태프가 그 많은 선수단을 하나하나 다 케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자율 훈련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선수 개개인이 필요성을 느끼고 찾아서 할 때 비로소 훈련 효율성이 극대화 된다는 지론이다.
급기야 선수단 자율훈련까지 등장했다. 허 감독이 미리 공언했던 부분. 6일 아카마 구장에서 전격 시행됐다. 이날 훈련 스케줄은 선수들이 스스로 짰다. 당연히 공식 훈련 시간이 이례적으로 짧았다. 투수조는 낮 12시도 안돼 모든 공식 스케줄이 끝났다. 캐치볼과 외야 펑고를 마친 뒤 숙소까지 러닝으로 돌아갔다.
타자들도 스스로 훈련 일정을 짰다. 선수들이 머리를 맞댔다. 프리배팅을 기존의 시간이 아닌 공 개수로 정했다. 로테이션이 돌아갈 때마다 5-4-3-2-1개씩 치는 방식이다. 박해민은 "아무래도 숫자를 정해놓다보니 대충 치지 않고 공 하나 하나 생각하고 공을 들여 치게 되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훈련 성과를 긍정 평가했다.
외국인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는 자발적으로 프리배팅을 소화했다. 강한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잇달아 날리며 신바람 나게 훈련을 소화했다. 배팅이 취미인 벤 라이블리까지 가세했다. 자율훈련을 틈 타 타자들의 훈련장에 난입(?)한 라이블리는 기어이 프리배팅 소원을 풀었다. 연신 날카로운 타구를 날리며 강타자 소문을 스스로 인증했다. 타격을 마친 야수들은 웨이트 등 개인 차원의 훈련을 자율적으로 소화했다.
이날은 아예 코치도 없었다. 허삼영 감독은 "일부러 모든 코치 분들 먼저 들어가시라고 했다. 코치의 시선 속에서 벗어나 한번씩 스스로 결정하고 시도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 감독은 "저런 과정을 거쳐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평가해 보고 효과가 좋으면 내일도 똑같이 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무조건 많은 훈련'을 강조했던 과거 대부분 구단 캠프와는 전혀 다른 무척 이례적인 풍경.
6일을 자율훈련일로 정한 이유는 또 하나가 있다. 당초 6일은 삼성 선수단 귀국일이었다. 대구 지역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부랴부랴 15일로 캠프를 연장했다.
길었던 캠프를 마치고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는 날을 기다렸던 선수들로선 내심 힘 빠지는 소식이다. 가뜩이나 개막전 까지 연기되면서 자칫 긴장이 풀리고 목표의식을 상실할 수도 있는 상황. 허 감독은 "선수들이 심적으로 힘들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 기계적인 훈련을 많이 한다고 해도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긴장이 풀려 자칫 예기치 못한 부상이 올 수도 있다"며 자율적 훈련 분위기 조성의 이유를 설명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시계 제로의 상황. 자율을 통해 재미를 부여하고, 훈련강도를 조절해 가면서 남은 캠프를 더 효율적으로 이어가는 편이 현명할 수 있다.
외부적으로 복잡한 상황 속에서 여러 경우의 수와 계산을 가지고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허삼영 감독. 선수들이 직접 짠 자율훈련은 라이온즈에 불고 있는 새로운 변화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신선한 시도였다.
오키나와(일본)=정현석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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