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힘들게 노력한 보람이 있다." "사실상 플레이오프는 힘들어 진 것 같다."
9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원큐 2019~2020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맞대결에서 5점차 승리를 거둔 하나은행 라커룸에선 경기 후 환성이 터져나왔다. 단순한 승부가 아니었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정상일 신한은행 감독은 "플레이오프는 사실상 힘들어졌다"고 고개를 숙인 반면, 하나은행 주장 고아라는 "힘들게 노력한 보람이 있다"며 싱글벙글했다.
사실 이날 경기는 '3위 결정전'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이날 승리를 거둔 하나은행이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3위로 오른 반면 신한은행은 4위로 떨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신한은행은 아직 2경기, 하나은행은 3경기가 각각 남아 있는데다 5위 BNK와 6위 삼성생명도 3위 가능성이 살아있는 등 여전히 안갯속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하나은행 선수들이 이처럼 자축한 이유는 분명 있었다. 그만큼 하나은행이 3위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됐다는 뜻이다.
우선 하나은행은 신한은행과의 시즌 맞대결에서 3승3패로 균형을 맞춘데다, 득실차에서 39점을 앞서게 됐다. 즉 최종 승패가 동률이 될 경우 하나은행이 우위라는 얘기다. 신한은행 입장에선 하나은행보다 무조건 1승이라도 더 거둬야 한다는 말이 된다. 또 BNK와의 맞대결에서도 4승1패로 이미 우위를 점한 상태이고, 삼성생명과도 3승2패를 기록중으로 득실차 역시 3점을 앞서고 있다.
향후 일정에선 분명 변수가 있다.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해도 정규리그 우승이 결정되는 우리은행, 그리고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사실상 3위 경쟁에서 탈락한 삼성생명이 키를 쥐고 있다. 하나은행은 우리은행, 삼성생명, BNK와의 맞대결을 남기고 있고, 신한은행은 우리은행, KB스타즈와 잔여 경기를 치른다. BNK는 하나은행을 만나기 전 삼성생명, 우리은행과 맞붙게 된다.
여기서 우리은행과 삼성생명, KB스타즈 등 순위가 거의 확정적인 팀들이 남은 경기에서 비주전을 충분히 활용하는, 즉 승리에 연연하지 않는 플레이를 할 경우엔 얼마든 3위 싸움은 다시 혼동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하나은행이 3경기 가운데 2승만 챙긴다면, 신한은행과 BNK가 전승을 거둔다고 해도 무조건 앞서는 상황이 된다.
더불어 9일 경기 이후 2주간 중단된 리그가 정상적으로 재개될 수 있을지도 미정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심했던 대구나 경북 지역의 확진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다소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수도권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나오면서 다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최대 프로스포츠인 프로야구조차 28일로 예정됐던 개막을 4월 중으로 일단 연기한 상태다. 따라서 2주 사이에 눈에 띄는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여러가지 사정상 더 미루지 못하고 리그를 그대로 끝낼 가능성도 있다. 무관중으로라도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등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는 것도 부담스러운 시기다. 어쨌든 이럴 경우에도 하나은행은 3위를 확정짓는다. 2015~2016시즌에 혼혈 선수 파동으로 정규리그 2위와 챔프전 준우승 기록이 삭제되며 자존심을 구긴 하나은행으로선 창단 이후 공식적으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르는 경사도 맞게 된다. 단 1경기 승리가 가져온 어마어마한 '나비효과'가 아닐 수 없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