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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차 김창수는 언제든 '창수게이트' 열 준비가 됐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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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광주FC 맏형 김창수(35)가 기대되는 이유. 비단 실력과 경험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 울산 현대를 떠나 승격팀 광주에 입단한 김창수는 평소 내성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할 말을 할 때는 하는 성격이다. '2017년 초 일화'는 울산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당시 김도훈 울산 감독 부임 초창기인 4월 말, 팀은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와 전남 드래곤즈와의 K리그 홈 2연전에서 0대4, 0대5로 대패했다. 팀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달았을 때, 베테랑 축에 속한 측면 수비수 김창수가 모 언론을 통해 쓴소리한 게 화제를 모았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0대4, 0대5로 연속해서 패한 건 처음이다. 인터뷰에서 선수 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실례라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은 연속적인 대패에서 무언가를 느껴야 한다. 경험이 있는 선수와 없는 선수의 차이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선수라면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게 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김창수가 '저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름이 떠돌았다. 이들 중 몇 명이 향후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추측에 힘이 실렸다. 울산은 놀랍게도 김창수의 인터뷰 이후 4연승을 내달렸다. 6월24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1대2로 패하기 전까지 약 두달간 10경기에서 패하지 않았다. 이러한 대반전을 팬들은 '창수게이트'로 명명했다. 김창수가 (반전의)게이트를 열었다는 뜻.

김창수는 '스포츠조선'과 통화에서 3년전을 돌아보며 "당시 팀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았다. 베테랑 선수로서 선수들에게 잘해보자는 의미로 말한 거였는데, 그렇게 의미가 부여될 줄 꿈에도 몰랐다. 후배들이 '창수게이트' 아냐고 물어보길래 모른다고 했다. SNS를 하지 않아서 정말 몰랐다"며 웃었다.

울산 현대, 대전 시티즌, 부산 아이파크, 가시와 레이솔, 전북 현대를 거쳐 지난 3시즌 친정 울산에서 활약한 뒤 광주를 선택한 김창수는 "밖에선 후배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려고 한다. 그런데 축구장에선 아니다 싶을 때 말하는 스타일이다. 성격이 그렇다. 같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말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프로 초창기부터 안정환, 박진섭, 김한윤과 같은 형들이 하는 걸 옆에서 봤다. 부산에서 2년간 주장을 맡으면서 팀이 어려울 때 어떻게 해야할 지 알게 됐다.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해야 할 땐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승격팀 광주는 객관적 전력상 2020시즌 강등 1순위로 꾸준히 거론되는 팀이다. K리그2를 지배하며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과는 다를 거란 예상이 많다. 김창수의 '창수게이트'가 자주 열릴지도 모를 일.

김창수는 "유경렬 코치님이 계신 상황이라 제가 굳이….(웃음) 그래도 팀이 힘들 땐 열심히 해보자고는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위기상황이 온다고 가정하면 '한 명이 잘해선 안 된다. 팀이 잘해야 한다'고 말할 것 같다"고 했다.

김창수는 경기 내적으로도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광주에선 희귀한 캐릭터다. 올해가 프로 17년차 베테랑으로 K리그만 258경기를 뛰었다. 우승권팀과 하위권팀을 모두 경험했다. 국가대표로 25경기를 뛰었고,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주역 중 하나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는 광주의 취약포지션이었다. 광주가 김창수의 '국가대표급' 크로스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의 면모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김창수는 "나는 광주가 강등 1순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팀 분위기도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직접 와서 훈련을 해보니 잘하는 선수들이 생각보다 많다. 특히 펠리페는 헤딩이 정말 강하더라. 실전에서 뛰어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진 전체적으로 팀이 괜찮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광주가 충분히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저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김창수는 지난 시즌 종아리 및 햄스트링 근육 부상으로 9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는 "많이 힘들었다. 어디 한 곳이 골절돼 쉰 적은 있었지만, 근육 부상은 또 다르더라. 사람이 많이 예민해진다. 올해에는 몸관리를 잘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안 아프고 팀에 보탬이 되는 게 올해 목표"라고 강조했다.

K리그 개막전은 코로나19 여파로 무기한 연기됐다. 선수들은 예방수칙에 따라 훈련장과 자택만 오가는 지루한 일상을 소화하고 있다. 김창수는 "늘어지는 감이 있긴 하지만, 선수들 모두 산만하지 않게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집에서 아이와 노는 시간이 늘었다. 아이가 두세살 때는 힘든 점도 있었는데, 좀 크니까 재밌다"며 웃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