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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플레이어]'아낌없이 주는 나무' 백정현, 노성호의 변화를 이끈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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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실력도 인성도 최고다.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좌완 백정현(33). 구장 안팎에서 팀 동료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백정현은 일본 오키나와 캠프부터 귀국 후 청백전에서 안정적인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토종 선발진 중 최채흥과 함께 페이스가 가장 좋다. 신-구 좌완 선발 듀오의 탄생이 기대된다.

경험과 전성기 나이 등을 두루 감안하면 올 시즌 라이온즈의 토종 에이스는 백정현이 될 공산이 크다.

백정현은 8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청백전에서도 호투 행진을 이어갔다.선발 4이닝 1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청팀의 6대0 승리를 이끌었다. 직전 경기에 이어 깔끔한 피칭을 선보였다.

백팀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백정현은 1회 톱타자 송준석을 삼진 처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후속 김재현 이성규에게 연속 볼넷으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최영진 김응민을 범타 처리하고 첫 이닝을 마쳤다. 2회는 2사 후 2년 차 외야수 박승규에게 안타와 보크로 2루 진루를 허용했지만 송준석을 플라이 처리했다. 3회는 김재현 이성규 최영진 삼자범퇴. 4회도 2사 후 실책으로 주자가 출루했지만 후속 박승규를 땅볼 처리하며 책임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쳤다. 지난 3일 청백전 4이닝 3안타 1탈삼진 무실점 호투에 이은 2경기 연속 4이닝 무실점 행진.

실력 만이 아니다. 인성도 최고다. 후배들을 위해 아낌 없는 조언을 건넨다.

백정현은 평소 조용한 선수다. 필요한 말만 하고, 표정 변화도 크게 없다. 그렇지만 후배들을 위해서는 기꺼이 입을 연다. 무심한 듯 툭 던지는 조언은 경험에서 우러나는 진심이 담겨 있다.

지난 3일 청백전을 앞두고 '스피드 업' 고민에 빠진 원태인(21)에게 "제구 위주로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고 직구로 승부를 보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건넸다. 천금 같은 조언이 됐다. 그날 3이닝 무실점에 147㎞까지 찍은 원태인은 "선배님 조언 덕분에 밸런스가 잡혔다. 밸런스가 잡힌 상태에서 투구 하니 구속도 올라온 것 같고 결과도 좋게 나왔다. 오늘의 감각을 잘 기억 하려한다"고 말했다.

NC 다이노스에서 온 좌완 노성호(31)도 백정현 선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삼성으로 이적 후 부쩍 안정감을 찾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 파이어볼러 노성호는 오키나와 캠프 당시 "지금까지 공을 밀어 던지고 있었다. (백)정현이 형이 '뒤에서 힘을 모았다가 한번에 때려야 하는데 오른쪽 엉덩이가 포수 쪽으로 미리 나간다고 지적을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형 말씀 대로 교정을 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노성호는 8일 청백전에서도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백정현은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선배로서 뿌듯하다. (나의) 시즌 준비도 중요하지만, (우리 팀) 모든 선수가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같은 포지션 동료의 성장은 어쩌면 자신의 밥그릇을 빼앗는 잠재적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프로야구 조직의 제로섬 게임. 핵심 노하우를 선뜻 공유하지 않는 선수들도 많다.

그런 면에서 백정현은 KBO 수장 정운찬 총재의 경제 철학인 동반성장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대인배다. 시즌을 마치면 사진기와 배낭 하나 들고 훌쩍 나 홀로 여행을 떠나는 휴머니스트 자유인 백정현.

갈수록 원숙해지는 실력과 함께 동료의 성장을 도우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프로 데뷔 최고의 한해를 예감케 하는 시즌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