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문영 기자] 천의 얼굴을 가진 프로야구 감독, 그것도 다 계획의 일부라니까~
프로야구 감독은 여러 가지 전략으로 상대를 꺾어야 하는 수 싸움 만큼이나 다양한 표정으로 기 싸움까지 능해야 하는 직업이다. 갖가지 개성을 가진 선수들을 아우르며 팀 분위기를 하나로 만들기 위한 카리스마도 필수적이다. 때때로 이런 카리스마는 실전에서 심판에게 화를 내는 방식으로 발휘 된다. '거친 항의'는 팀을 하나로 결속 시키고 남은 경기의 집중력을 끌어 올리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시의적절한 항의의 전술을 펴는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를 이룬 이는 김응용 전 감독이다. 김응용 감독은 10번의 우승이라는 빛나는 경력 뿐만 아니라 통산 6번 퇴장이라는 대기록의 소유자다. 그가 보여준 전투적인 카리스마는 선수들뿐 만 아니라 심판들도 꼼짝 못하게 할 정도였다. 조금이라도 아쉬운 판정을 받거나 밀리는 분위기가 생기면 김 감독의 분노는 심판을 향했다. 심판에게 손가락질 항의는 기본이고 배치기 항의나 선수단 철수등 극단적인 충격 효과를 적절하게 사용했다. 선수들 입장에서 아쉬운 판정으로 흐트러질 수 있는 집중력을 감독의 반격으로 추스리는 효과를 만들어 냈다. 승리를 향한 피말리는 감독들의 기 싸움에는 오만가지 표정이 동원된다. 레이저 빔을 쏘는 눈싸움이나 침묵을 동원한 무언의 압력, 간절함을 담은 읍소형 항의 까지 다양하다. 어떤 순간에는 과한 어필을 하는 선수를 뜯어 말리거나 부당함을 호소하는 선수의 보호자로 감독이 출동하기도 한다.
<우리애들 내가 지킨다> 해태 시절 얇은 선수층으로 9번이나 우승을 일궈낸 김응용 감독은 항의 스킬에 있어서도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했다. 해태왕조 시절 김응용 감독은 거친 항의와 욕설등으로 5번이나 퇴장을 당했다. 그의 기세는 2004년, 카브레라의 덕아웃 난입 사건 때 절정에 달했다. 김 감독은 2004년 8월 5일 인천 SK 전에서 의자를 들고 덕아웃에 난입한 카브레라를 헤드록으로 제압했다. 침입자를 맨몸으로 막아선 노감독의 용맹함을 본 선수들은 더 분발 했다.
<내가 배치기 감독의 수제자> 2019년 7월 7일 한화전, KT가 4대 3으로 앞선 9회 초 2사 상황에서 이중 도루로 홈을 노리던 3루주자 송민섭이 런다운에 걸렸다.송민섭이 태그 아웃 되자 이강철 감독은 진로 방해라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하지만 결과는 원심 그대로 아웃, 이 감독은 비디오판독 결과에 항의하면 자동 퇴장인 것을 알면서도 심판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때 해태 시절 스승이었던 김응용 전 감독의 주특기인 배치기 항의가 등장했다. 경기 막판 1점차 리드에서 선수단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림수였다.
<감독님은 재연배우> KIA 김기태 감독이 2015년 4월 15일 잠실에서 벌어진 LG와의 경기에서 LG 대주자 문선재의 런다운 상황에서 아웃을 주장하며 그라운드에 드러 누웠다. 문선재가 2루수 최용규의 태그를 절묘하게 피하며 슬라이딩해 세이프 판정을 받았지만 김기태 감독은 주루 선을 이탈해 3피트 아웃이라는 주장이었다. 땅바닥에 누워 시범을 보인 감독의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심판진은 항의 시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퇴장을 지시했다.
<우리애가 좀 그래~내가 잘 가르칠게>
과도한 항의로 경기 분위기를 해치거나 심판을 필요이상 자극할 위험이 있을 때 감독은 중재자로 나선다. 다혈질의 타자 오재원이 2019년 6월 9일 주심의 판정에 항의 하며 퇴장을 당했다. 바깥쪽으로 빠졌다고 생각한 볼에 권명철 주심의 손이 올라가자 폭발한 것이다. 팀원 개개인의 기질을 잘 아는 감독은 오재원을 간신히 돌려 세워 더 이상의 상황은 막았다.
<진짜 폭력이 뭔지 보여줘?> 2007년 KIA 서정환 감독이 선수 퇴장에 항의 하다 자신도 퇴장을 당했다.서정환 감독은 2007년 6월 7일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0-1로 뒤지던 중, 타자 김상훈에 대한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의자를 휘둘렀다. KIA는 전날까지 무기력한 최하위에 허덕이고 있을 때였다..
<나 말리지 마~> 2019년 4월 28일 두산과 롯데의 잠실 경기에서 양팀 감독이 충돌했다. 두산이 앞서는 가운데 롯데 투수 구승민이 던진공에 두산 정수빈이 맞았다. 두산 트레이너가 나와 정수빈의 몸 상태를 살피는 사이 김태형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와 롯데 공필성 코치와 구승민을 나무랐다. 이에 양상문 감독은 두산 벤치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맞섰다. 롯데는 전 날까지 4연패 중이었다.
<애들 다 철수시켜 > 해태 시절 거친 항의를 팀의 집중력 상승 방법으로 애용했던 김응용 감독이 한화 시절 6번째 퇴장을 당했다. 김응용 감독은 2014년 5월 21일 상대팀 히어로즈의 윤석민 타구가 페어 판정을 받자 선수단을 철수시키는 강수를 뒀다. 이날 퇴장의 효과는 다음 경기에서 바로 나타났다. 한화는 20안타를 몰아치며 16대3 대승을 거둬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제 데이터 수첩을 보면요> 좀처럼 항의에 나서지 않는 스타일인 염경엽 감독은 히어로즈 시절 부터 오심의 피해를 많이 당했다. 세밀한 데이터 야구를 추구해 '염갈량'으로 불리는 염감독은 항의 중에도 격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차분히 설명하는 스타일이다. 염감독은 '심판도 굉장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심판도 인간인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