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코로나 19 여파로 개막이 한 달 이상 늦어졌지만, 2020시즌 144경기가 유지된다. KBO와 구단 입장에선 정규시즌 도중 혹시나 모를 확진자가 나올 경우 일부 축소되는 부분을 고려해 최대한 경기수를 많이 잡아놓아야 했고, 무관중 제한이 풀릴 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와는 엇박자가 났다. 김태형(두산 베어스) 류중일(LG 트윈스) 염경엽(SK 와이번스) 이강철(KT 위즈) 등 대부분 현장 사령탑들은 경기수 축소를 원했다. 월요일 경기와 더블헤더까지 포함해 144경기를 소화해야 하는데 올스타전 휴식기까지 없어지다보니 선수들의 체력저하가 경기력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손 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도 "내년에는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도쿄올림픽이 모두 예정돼 있다. 올 시즌을 끝내고 짧은 휴식을 취한 상태에서 국제 대회까지 소화한다면 내년에는 버텨도 그 이후에 투수들에게 분명히 데미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스타 휴식기가 없으면 일주일간 투수들이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도 없지 않나. 경기의 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럴 경우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들은 몸에 문제가 생기거나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쪽에서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욱 NC 다이노스 감독은 현장과의 소통 부재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선배 감독님들의 말씀을 전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현장의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고 결정된 부분은 아쉽다"라며 "이미 결정이 된 사안이다. 지금 시점에서 왈가왈부한다고 바뀌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44경기 소화는 정말 빡빡할 것 같다. 특히 월요일과 더블헤더 변수 아닌 변수가 있기 때문에 패하고 있으면 조기 포기하는 경기도 나올 수 있다"며 경기력 저하 외에 다른 문제점도 지적했다.
조기 포기 경기는 경기력 저하보다 더 큰 문제다. 경기수가 축소되면 매 경기 승패가 소중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간은 줄었는데 기존 144경기를 모두 소화해야 한다면 그만큼 한 경기에 대한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이미 승부가 갈린 경우 일찌감치 다음 경기를 준비할 경우도 생기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현장의 판단에 비난의 화살만 가할 수도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딜레마다. 불가항력적인 코로나 19 변수에 사로잡힌 KBO와 구단의 144경기 고수 입장은 이해가 간다. 반대로 현장 감독들이 겪을 고충도 뻔히 예상된다. 다만 결정을 하기 전 과정에서의 불통이 아쉬울 뿐이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