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하늘이 야속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장원삼(37)의 1군 등판이 무산됐다. 장원삼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SK 와이번스전에 선발 예고됐으나, 우천 취소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이튿날인 10일 장원삼 대신 1선발인 댄 스트레일리를 그대로 마운드에 올리기로 했다. 지난 5일 수원 KT 위즈전에 등판했던 스트레일리가 10일 경기도 건너뛸 경우, 12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까지 1주일 가량 쉬는 부분을 감안할 수밖에 없었다.
장원삼은 한때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롯데 유니폼을 입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지난해 LG 트윈스에서 방출된 그는 입단 테스트를 거쳐서야 롯데의 선택을 받았다. 130㎞ 초중반의 직구에 대한 우려가 오갔지만, 롯데는 대체 선발 확보 차원에서 그를 데려오는 쪽을 택했다. KBO리그 통산 121승을 거둔 장원삼에겐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한 상황. 하지만 그는 늘 그렇듯 묵묵히 훈련에 매진하면서 기회를 노렸다.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외국인 투수 아드리안 샘슨이 위독한 부친을 보기 위해 미국으로 일시 귀국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생긴 것. 허 감독은 직접 대체 자원을 선택하는 대신, 2군 코치진에게 대체 선발 결정을 일임했다. 허 감독은 "1군에 몸담고 있는 내가 2군 선수의 세세한 면까지 보진 못한다. 2군 코치들의 의견도 중요하다"며 "이런 과정을 거치면 선수 뿐만 아니라 코치들도 동기부여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래리 서튼 2군 감독 및 코치진은 베테랑 장원삼을 대체 자원으로 낙점했다.
비가 장원삼의 발걸음을 가로막았다. 9일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끊이지 않고 사직구장을 적셨다. 결국 우천 순연이 결정됐고, 장원삼의 등판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지게 됐다.
롯데의 선발 로테이션상 장원삼은 1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등판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일리가 10일 SK전을 소화하면서 서준원-박세웅-노경은으로 이어지는 기존 선발 로테이션으로 돌아온 상태. 라인업 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팀을 꾸려가고 있는 허 감독의 모습을 돌아보면, 2군에서 좋다는 보고를 받고 올린 장원삼에게 다시금 기회를 부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