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해 공인구는 쇼크였다.
타자들은 고통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2013년 이후 6년 만에 30 홈런 대 홈런왕이 탄생했다.
장수 외국인 타자들 대부분도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냈다. 홈런 수가 뚝 떨어졌다. 로하스(43홈런→24홈런), 로맥(43홈런→29홈런), 호잉(30홈런→18홈런), 러프(33홈런→22홈런) 등 대부분의 용병 거포들이 주춤했다.
시대 변화를 틈 타 수비 잘하는 유틸리티 외인들이 거포 외인을 대체했다. 삼성 살라디노, 키움 모터가 대표적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 역시 반발력이 낮은 공인구가 리그를 지배할 거란 판단 하에 이뤄진 발 빠른 변화였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타고투저가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숨 죽였던 토종, 외인 거포들이 장타를 펑펑 날리고 있다.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거포의 시대.
기존 거포 외인을 떠나 보낸 키움과 삼성은 예상치 못한 흐름에 속을 끓이고 있다. 샌즈와 러프를 보내고 새로 영입한 키움 모터와 삼성 살라디노가 아직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터는 경기장 안팎에서 도마에 올랐다.
일단 부진하다. 8경기 0.111의 타율과 1홈런, 3타점. 그나마 장점이던 수비마저 흔들렸다. 지난 13일 고척 삼성전에서 결정적 실책까지 범했다. 손 혁 감독은 "입국해 2주간 자가격리 시설에 들어간 아내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가족에 집중하라는 배려 차원에서 16일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모터는 실력 뿐 아니라 자기관리 측면에서도 팬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12일 입국해 자가격리 시설에 수용된 모터의 아내 멜리사 펄은 음식 등 불편함을 남편에게 전화로 호소했다. 제공되는 음식 문제 등 한국 정부에 대한 불평의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모터가 아내의 글을 고스란히 리트윗 하면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프로답지 못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살라디노도 삼성 팬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시즌 초 타격 부진 때문이다.
10경기 타율 0.148, 1홈런 2타점. 허벅지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가 19일 LG전에 복귀 후 첫 선발 출전했지만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볼넷 출루만 한차례 있었다. 이날은 처음으로 좌익수로 출전했다.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 활용도는 높지만 시급한 건 타격 슬럼프 탈출이다.
너무 잘 하려는 의욕이 독이 되고 있다. 허삼영 감독은 "야구하면서 처음 아파본 부위이다 보니 본인도 다소 당혹스러워 하는 것 같다"며 "라모스 등 타 구단 용병들이 잘하고 있으니 자신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팀 타선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이라 안팎으로 옥죄는 조바심에 발목을 잡힌 모양새.
예상치 못한 타고투저 속에 샌즈와 러프에 대한 향수도 짙어지고 있다.
타점왕 샌즈의 공백은 시즌 초 키움 4번 박병호의 부진(0.191)으로 이어지고 있다. 샌즈 같은 강력한 5번 타자가 뒤를 받치지 못하다 보니 상대투수들은 박병호와 정면 승부 대신 집요한 유인구 승부를 펼친다.
4번 타자가 아쉬운 삼성은 러프의 공백을 아직 완전하게 메우지 못하고 있다.
러프는 최근 ESPN의 KBO리그 중계 화면에 등장했다. 삼성 시절 자신의 응원가를 부르며 KBO리그의 응원 문화와 한국에서 뛰던 당시 느낌을 전한 그는 다시 KBO리그에서 뛸 생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possibility"라고 짧게 답했다.
현재가 암담하면 아름다웠던 과거가 더욱 그리운 법.
하지만 두 선수가 올 시즌 KBO리그에 컴백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샌즈와 러프가 뛰고 있는 일본과 미국 야구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경기 감각이 뚝 떨어져 있는데다 만에 하나 오더라도 2주간 격리 공백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로선 모터와 살라디노가 하루 빨리 한국야구에 적응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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