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광주FC 윙어 엄원상(22)이 지난 주말 울산 현대를 상대로 터뜨린 '원더골' 지분은 여럿이 나눠가졌다.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이는 아무래도 엄원상 본인이다.
엄원상은 지난 5월 30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4라운드에 선발출전해 전반 11분만에 선제골을 넣었다. 하프라인에 못 미치는 지점에서 공을 잡아 수비수들이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의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 박스 부근까지 진입한 뒤 앞에 있는 팀동료 펠리페에게 공을 연결했다. 펠리페가 슛을 하기 전 상대수비수가 걷어낸 공이 데굴데굴 굴러 엄원상의 발 앞에 떨어졌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확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번리전 70m 골과 닮았다'는 팬들 반응에 엄원상은 "손흥민은 좋은 플레이로 골을 넣었지만, 저는 '우당탕' 상황이었다"고 겸손을 떨었지만, 광주의 시즌 첫 골을 만든 건 엄원상의 '치달'(치고 달리기)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엄원상에게 큰 의미가 있는 골이었다. 이날은 꿈에 그리던 K리그1 데뷔전이었다. 지난해 K리그2 소속이던 광주에 입단한 그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치른 연습경기에서 불의의 부상을 해 3경기에 결장했다. 승격팀인 광주가 초반 3연패 늪에 빠져 무언가를 보여줘야 했다. 엄원상은 스포츠조선 축구전문방송 '볼만찬 기자들'과의 랜선 인터뷰에서 "개막을 앞두고 운 나쁘게 부상을 했다. 아쉬웠다. 분했다. 팀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형들, 코칭스태프들 모두 힘들어했다. 경기에 투입된다면 더 열심히 뛰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교체아웃된 후반 13분 전까지 빠른 발을 앞세워 상대 수비수, 특히 울산 레프트백 데이비슨을 괴롭혔다. 광주는 1대1 무승부를 통해 시즌 첫 승점 사냥에 성공했다.
엄원상은 인터뷰에서 "경기 전까진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했다. 훈련을 많이 하지 못해 몸상태에 대한 확신이 없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동료들의 지지가 불안감을 털어내는 데 도움을 줬다. "(김)창수형, 여 름이형이 '뺏겨도 좋으니 자신 있게 해보라'고 용기를 북돋아줬다. 박진섭 감독께서도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해보라'고 믿음을 주셨다. 조금이나마 보답을 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상대팀 선수도 엄원상에겐 동기부여가 됐다. 시즌 전 유럽에서 K리그로 리턴한 '블루 드래곤' 이청용(울산)이다. 엄원상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우상인 이청용 선배님 앞에서 좋은 모습 보이고 싶었다. (교체돼 나온 뒤)벤치에서 선배님의 플레이를 보는데 '심쿵'했다. 확실히 저랑은 다른 것을 갖고 있더라. 더 발전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지내는 이강인(발렌시아)은 직접 '득점 지분'을 요구한 케이스다. 엄원상과 이강인은 2019년 FIFA U-20 월드컵을 통해 '절친'이 됐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엄원상의 출전소식을 접한 이강인이 '골 넣으라'는 응원 문자를 넣었다. 경기 후에는 '나 때문에 골을 넣었다'며 셀프자랑을 했다. 프리메라리가 재개를 앞둔 상황에서도 K리그에서 뛰는 형을 챙겼다. 엄원상도 보답하는 차원에서 "리그가 재개하면 다치지 말고 좋은 모습 보여달라. 그래서 더 좋은 곳(클럽)으로 가자"고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광주 관계자와 선수단 사이에서 '2년차 엄원상'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몸에 근육이 붙고, 성격도 더 활달해졌다는 것이다. K리그1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는 걸 보며 '전직 에이스' 나상호(FC도쿄)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2년차에 '포텐'을 폭발해 국가대표 선수로 발돋움한 나상호의 뒤를 따라 걸으리라는 기대감이다. 엄원상은 "내가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성격을 바꾸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며 "작년에 K리그2에서 좋은 모습 보이지 못한 걸 인정한다. 금호고 1학년 때 3학년이었던 나상호 선배만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광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게끔 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광주는 오는 7일 수원 삼성 원정에서 시즌 첫 승에 도전한다. 이 경기에선 '엄살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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