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31). 그는 승부사다.
최근 연패 중 등판하면 어김 없이 이긴다. 시즌 4승(2패) 중 3승을 팀의 연패를 끊고 수확했다.
특히 최근 활약이 눈부시다. 두산→NC→SK를 상대로 3연승을 달렸다. 상대한 선발도 이영하, 라이트, 문승원으로 리그 정상급 투수들이었다. 이 기간, 그의 호투는 눈부셨다. 20이닝 단 1실점. 그야말로 철벽투였다. 타선이 터지든 안 터지든 위기를 스스로 넘기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의 뉴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는 우완 정통파. 그에게서 LG 동갑내기 외인 투수 타일러 윌슨의 향기가 난다.
도대체 무엇이 닮았길래?
우선, 두 선수 모두 철저한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음식, 생활, 수면 등 정확한 루틴을 지키면서 등판에 앞서 관리를 철저히 한다. 직업 선수임에도 책을 많이 읽는 지적인 선수란 점도 닮은 꼴이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윌슨은 장학생 출신으로 은퇴 후 정형외과 의사에 도전할 계획이다. 명문 조지아 주립대 출신 뷰캐넌 역시 쉬는 시간에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다.
둘째, 두 선수 모두 승부욕이 엄청나다. 절대 일찍 내려오려는 법이 없다. 윌슨은 종종 교체를 권하는 최일언 투수코치에게 "No"를 외칠 때가 있다. 책임 이닝을 다하고픈 욕구가 넘친다. 뷰캐넌도 그에 못지 않다. 7일 SK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3연승을 달렸지만 그는 스스로에게 불만이었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볼넷(3개)을 내주는 바람에 6이닝 밖에 못 던졌다"고 자책했다.
그는 이전 2경기에서는 모두 7이닝을 소화하며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시즌 전 허삼영 감독에게 찾아가 "매 경기 완투한다는 마음으로 충분한 이닝을 소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허 감독이 '바라던 바'라며 흔쾌히 받아들이자 "미리 내리지나 말라"는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셋째, 덕아웃 에너자이저 역할을 자청하는 선수들이다.
등판하지 않는 날도 윌슨과 뷰캐넌은 분주하다. 앞장서서 파이팅을 외치고, 동료의 플레이에 박수를 치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외인이다. 뷰캐넌은 "성격적으로 승부욕이 강하다. 지는 걸 정말 싫어한다.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좋은 분위기 만들어주기 위해 파이팅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넷째, 끓어오르는 승부욕을 감추고 팀 퍼스트를 외치는 멋진 외인들이다.
승부욕이 강한 선수들은 아무래도 티가 난다. 윌슨도 뷰캐넌도 결정적 안타를 맞거나 수비가 무너지면 마운드에서 괴로워 한다. 윌슨은 글러브로 입을 가리고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코 남 탓을 하는 법은 없다. 오히려 실책한 선수를 격려한다. 지난해 윌슨은 실책을 한 신인 구본혁을 오히려 다독이며 "모든 야수가 나를 도와준다. 실책 후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뷰캐넌도 마찬가지다. 7일 SK전 1회 내야수 최영진의 실책 이후 볼넷을 허용, 만루 위기를 맞으며 잠시 흔들렸다. 투구수가 늘었지만 그는 "실책은 경기의 일부일 뿐이다.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실책 이후 오히려 2타점 결승타를 쳐줬다"며 최영진을 치켜세웠다. 투구수가 많아진 것도 "내가 볼넷을 많이 내준 탓"이라며 스스로를 탓했다.
무엇보다 두 선수의 가장 큰 공통점은 야구를 깔끔하게 잘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얼굴도 배우 뺨치게 잘 생겼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