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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꾀부리기보단 소신 행보"…'이태원클라쓰→야구소녀' 이주영의 기특한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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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여성 중심의 서사에 목말랐던 시기, '야구소녀'를 만났어요. 앞으로도 꾀를 부리며 작품을 선택하기보다는 그동안 해온 것처럼 소신껏 작품을 선택하려고요."

휴먼 성장 영화 '야구소녀'(최윤태 감독, 한국영화아카데미 제작)에서 프로를 꿈꾸는 천재 야구소녀 주수인을 연기한 배우 이주영(28). 그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야구소녀'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고교 졸업 후 오로지 프로팀에 입단해 계속해서 야구를 하는 것이 꿈이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도, 기회도 잡지 못하는 천재 야구소녀가 녹록하지 않은 현실에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편견에 당당히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야구소녀'. 2019년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은 '야구소녀'는 지난해 한국 영화계를 뜨겁게 달군 '벌새'(김보라 감독)에 이어 웰메이드 여성 성장 영화로 6월 극장가를 달굴 전망이다.

특히 '야구소녀'는 천재 야구소녀 주수인을 연기한 이주영의 열연이 빛난 작품. 지난 3월 종영한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트랜스젠더 마현이로 파격 열연을 선보인 이주영. '2020 아이콘'으로 손꼽히는 이주영이 '야구소녀'에서는 세상의 편견과 유리천장에 가로막혀 제대로 된 기회조차 받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고교 야구선수 주수인으로 완벽히 변신,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주영은 "'야구소녀' 시나리오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드라마를 끝내고 휴식기를 가질 때 받은 작품이다. 당시 나는 영화 작업이 목말랐던 시기였다. 여성 캐릭터가 끌고 가는 작품을 하고 싶었던 시기에 최윤태 감독의 제안을 받았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첫인상은 이 작품을 안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선택할 때 내가 하고 싶고 해야 할 이유를 찾는데 이 작품은 내가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특히 이주영은 개봉을 앞두고 기대 반, 부담감 반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그는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됐을 때 처음 '야구소녀' 완성본을 봤는데 개봉 버전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 부산영화제 때부터 관심을 많이 받아 부담된다. '메기' 때도 주인공이었지만 문소리, 구교환 같은 실력파 배우들과의 앙상블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많이 있지 않았나? 이 영화는 내가 거의 끌어가는 영화라 잘 나왔을지 궁금했다. 내 개인적인 야구 폼에 대한 아쉬움 말고는 전반적으로 작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있게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강대학교 체대에 입학해 이후 연극영화과로 전향한 배우로 화제를 모은 이주영. 체대 입학이 '야구소녀' 출연에 끼친 영향에 대해 "사실 부끄럽지만 체대를 논술로 갔다. 다들 내가 체대를 갔다고 하니까 몸을 잘 써서 간 줄 알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체대를 1년간 다녔다. 체대 친구들과 생활을 하기도 했고 체대를 다닐 때도 전공이나 일에 대한 욕망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1년 정도 체대를 다녔고 이후 관심이 멀어졌다. 그 당시 교양 수업으로 연극 수업을 받았고 이후 연기를 하게 됐다. 꼭 주수인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체대를 다닌 경험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기보다는 그동안 내가 겪은 10대와 20대 초·중반을 지나오면서 겪은 감정을 통해 캐릭터를 이해하게 됐다. '야구소녀'를 하기 전에는 야구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평소 야구에 대한 스포츠는 문외한이었다. 실제로 야구를 관전하는 것도 딱 한 번 봤다. 그래서 야구에 대한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야구소녀'를 준비하면서 신체적인 훈련과 더불어 야구에 대한 스포츠를 공부했다"고 답했다.

이주영의 출세작인 '이태원 클라쓰' 이후 차기작인 '야구소녀'에 또한 팬들의 기대감이 큰 상황. 이런 기대감이 부담감이 될 수 있는 이주영은 "'야구소녀'의 흥행은 '이태원 클라쓰'와 별개로 보려고 한다. '이태원 클라쓰' 당시 너무 큰 사랑을 받았고 관심을 받았지만 '야구소녀'와는 또 다른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야구소녀'는 예상보다 더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코드도 있다. 또 독립영화 사랑해주는 코어 팬들이 좋아할 요소도 있다"며 "'야구소녀'는 '이태원 클라쓰'의 덕을 봐서 잘되기보다는 지금 영화계가 어렵지 않나? 6, 7월 다가오면 극장가가 활발해질 것 같은데 '야구소녀'가 그런 초반 주자로 활력을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한 이주영은 배우로, 또 여자로, 사람으로 자신만의 확고한 소신을 굽히지 않기도 했다. 이주영은 "'야구소녀'는 여성이 중심으로 이끄는 영화고 메시지도 '여성 선수라고 해서 안 될 것은 없다'라는 게 주제다. 사실 이걸 빼고 우리 영화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최윤태 감독과도 이야기할 때 주수인과 최진태(이준혁) 코치의 버디무비 양상이 있는데 주수인이 자의나 스스로의 상태가 아닌 최진태 코치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미묘하게 잘 그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 부분들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고 실제 완성본을 보고 걱정과 우려했던 부분보다는 주수인의 자의가 잘 보인 것 같아 안도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우리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여성주의적인 메시지도 있지만 좀 더 넓은, 광범위한 메시지를 다룬다고 생각한다. 모든 연령이 봐도 캐릭터에 이입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캐릭터를 보면서 그때의 나를 기억하기도 하고 도움이 되고 싶기도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주영은 2016년 10월 SNS를 통해 '여배우는 여성 혐오적 단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주영은 '남우주연상은 남성 차별 아닌가?'라고 의문을 던진 네티즌을 향해 '여성 혐오는 여성에 대한 공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하는 것, 여성에 대한 부정과 폭력, 성적 대상화 모두가 여성 혐오다. 그러므로 '여배우'는 여성혐오 단어가 맞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페미니스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고 연이어 사회 약자, 성 소수자 등의 작품을 선택하면서 '젠더 프리' 이미지를 얻기도 한 것. 이와 관련해 "이미지에 관한 것은 의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의도하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다. 선택했던 작품의 결이 그랬던 것 같다. 작품들을 선택하는데 나만의 기준으로 작품성이나 흥미가 가는 지점이 있는 작품이었다. 나만의 기준으로 작품을 골랐다. 비록 큰 상업 영화가 아니라도 소수의 팬에게 선보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젠더 프리 이미지를 얻게 된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앞으로도 내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똑같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나아갈 수 없겠지만 꾀를 부리면서 '이번엔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 볼까?'라기 보다는 내가 그동안 해온 것처럼 작품을 선택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야구소녀'는 프로 선수를 꿈꾸는 야구소녀의 도전과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 멈추지 않는 고군분투를 그린 여성 성장 드라마다. 이주영, 이준혁, 염혜란, 송영규, 곽동연, 주해은 등이 출연하고 최윤태 감독의 첫 장편영화 연출작이다. 오는 18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싸이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