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이제 더 이상 상주에서 프로 축구를 볼 수 없게 됐다. 상주에서의 K리그 10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6월 30일까지가 기한인 독자적인 시민구단 전환 신청은 아무런 사전 준비가 없는 상황에서 취임한지 2개월 반 밖에 안 되는 시장이 기한 내에 결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불가피하게 이번 미전환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상주 시장 "장래 불확실성 때문에 내린 결정"
지난 2011년 상주에 둥지를 튼 국군체육부대(상무)는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연고지 상주를 떠난다. 운영 기간이 2020년 12월 31일로 끝난다. 상무를 타 지역으로 보내는 상주는 시민 구단으로 전환해 시민 곁에 남을 계획을 세웠다. 지금까지 상무와 경찰청을 품었던 광주, 안산, 아산도 시민구단으로 전환해 K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최종 결정은 '미전환'이었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선출된 강 시장은 '지난 10년간 국군체육부대와 상주시민프로축구단이 함께 운영해온 상주상무프로축구단은 올해 말을 기점으로 막을 내린다. 지난 4월 16일 시장으로 취임하고 상주 프로축구단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알았다. 많은 상주 시민은 시민구단 전환이 2011년 상주의 유치 조건이었음을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강 시장은 현재 K리그2(2부 리그) 시민구단을 운영하는 5개 기초자치단체(수원·부천·안양·안산·아산)를 조사해 구단들이 수입 감소, 인건비, 후원기업 유치 곤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우리의 주변 상황은 불확실성으로 둘러싸여 있다. 남북관계는 불안하고, 경기전망은 어둡고, 상주시의 인구는 10만 명이 무너졌고, 지역인구의 고령화율은 30%대를 넘었다. 시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자체의 기본 책무지만, 상주라는 공동체의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때로는 통제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시정 책임자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결정은 축구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상주의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상주시는 지금까지 지원해온 축구단 운영비 등을 축구문화 발전과 생활체육시설 확충, 스포츠 마케팅 및 지역 소상공인의 경기 활성화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습 발표에 당황한 연맹, 상무는 연고 이전 가속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연맹 관계자는 "기습적인 발표였다. 시의 사정이 있겠지만, 이러한 수준의 결정을 내릴 때는 당연히 충분히 사전 협의가 돼야 한다. 시민구단 전환 마감 1주일여를 앞둔 상황에서 사전 협의도 없이 기습적 발표한 것은 유감스럽다. 분명 시의 상황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구단을 운영해온 지자체가 하루아침에 모른다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 부분에 대해 상주시에 공문을 다시 보낸다거나 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주는 지난 10년 동안 K리그1(1부 리그)과 K리그2(2부 리그)를 오가는 부침 속에서도 발전을 거듭했다. 최근 연맹이 공개한 인제대학교 스포츠산업개발실(정수호 교수)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시민구단 창단 시 상주시는 약 867억원의 브랜드가치 상승효과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프로 축구 경기 및 다양한 홈 이벤트를 통해 여가 창출의 기회를 얻었다. 프로 축구단은 상주 내 '선순환 알고리즘'의 중심 역할을 했다.
상주 역시 시민구단 전환을 약속했다. 2011년 당시 성백영 상주 시장은 "상주시가 재정적으로 열악해 시민들의 우려가 많다. 하지만 상주에 축구문화가 정착되면 지역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상주 상무가 최고의 팀이 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확인 결과 상주시는 2019년 6월 말 상주시 명의로 '2021년 시민구단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2020년에는 관련 연구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2020년 한 해에 대해 연고 연장을 요청한다'고 문서를 전달했다. 이는 시장 직인이 날인 된 상주시 명의의 공문으로 공식적 약속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상주에서 더 이상 프로 축구를 볼 수 없게 됐다. 상주와 이별하는 상무는 타 연고지로 이동해 역사를 이어간다. 현재 김천시가 유치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맹 관계자는 "상주시가 포기한 만큼 모든 변수가 사라졌다. 상무의 연고 이동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