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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외인 교체 어렵다더니…줄잇는 '꿀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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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코로나19 변수도 반등이라는 대명제를 가로막지 못했다.

올 시즌 개막 전까지 외국인 선수 교체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다. 코로나19로 멈춰선 시계 탓. 특히 선수 시장 노릇을 해온 미국 메이저리그 뿐만 아니라 마이너리그까지 올스톱된 여파가 컸다. 현장에서 옥석을 가리고 싶어도 뛰는 선수 자체가 없고, 장기간 리그 개막 연기로 누적 데이터 확인, 실전 감각 문제 등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외국인 선수 교체 결단을 내려도 PCR검사 통과 및 모든 입국자에게 적용되는 2주 간의 자가 격리 기간, 선수단 합류 시기까지 소요 시간이 크게 늘어났다. 비용-시간적 측면에서 기존 선수 활용 쪽에 기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도 예년과 다르지 않게 외국인 교체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리그 개막 한 달 보름을 넘긴 시점에서 키움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가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키움이 가장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극도의 부진에 여자친구 문제로 트러블까지 일으킨 테일러 모터를 지난달 30일 방출하고, 내셔널리그 올스타 출신 유격수 에디슨 러셀(26)을 영입했다. 러셀이 개인사로 빅리그에서 퇴출된 이후 새 둥지를 찾지 못하긴 했지만, 연봉 53만달러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빅리그 올스타 내야수를 영입한 키움의 행보는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의 관심까지 모았다.

한화는 한때 복덩이로 불렸던 제라드 호잉과 결별했다. 대신 휴스턴, 클리블랜드, 콜로라도에서 빅리그 통산 484경기를 뛴 베테랑 외야수 브랜든 반즈(34)를 총액 20만달러에 영입했다. 반즈의 빅리그 통산 타율은 2할4푼2리, 홈런은 20개로 커리어에 비해 기록 면에서 '풀타임 빅리거' 타이틀을 붙이긴 어렵다.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도 걸림돌. 하지만 빅리그 뿐만 아니라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1194경기를 뛴 베테랑 외야수의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 특히 20만달러의 염가에 베테랑 외야수를 영입한 부분은 이목을 끌 만하다.

외인 교체에 나선 키움과 한화 모두 '분위기 쇄신'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다. 키움은 경기내외적 문제에 휩싸인 모터가 선수단 전체 분위기를 흐린다는 판단을 했고, 감독 교체 초강수를 던진 한화 역시 호잉의 부진을 좌시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새 외국인 선수 영입을 통해 전력 상승 뿐만 아니라 환기 효과를 어느 정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인 교체는 사실 상황보단 결단의 문제다. 대부분의 팀들이 미국 현지 스카우트 활동을 통해 수 년치 데이터를 모아놓고 있다. 당장 현장에서 뛰는 모습을 보진 못하더라도, 수 년 간의 추적 관찰과 현지 스카우트 의견 등으로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기약 없는 미국 현지 사정도 반사이익으로 작용하고 있다. 3개월째 개막이 미뤄지면서 대량 해고 사태를 겪은 마이너리거 뿐만 아니라 일부 빅리거 선수들까지 생활고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한국 무대는 당장의 수입 확보 뿐만 아니라 경기력 유지 측면에서도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ESPN으로 생중계되는 KBO리그를 빅리그 진입을 위한 쇼케이스로 삼을 수도 있다. 국내 구단 입장에선 그동안 눈독을 들였지만 연봉 수준 등을 이유로 쉽게 눈길을 주지 못했던 선수들을 잡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2주 간의 격리 기간을 거치는 문제가 있지만, 반등을 이뤄낼 수 있다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시간이다.

코로나는 역설적으로 그동안 변방으로 치부됐던 KBO리그 가치를 끌어 올렸다. 어려울 것 같던 외인 교체를 '꿀딜'로 풀 수 있었던 이유다.

외인 교체 흐름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가장 유력한 주자는 SK 와이번스다. 외국인 투수 닉 킹엄의 몸상태 회복이 지연되자 대체자 물색을 시작한 상태. SK는 킹엄에게 준 이달 말까지의 시간 내에 반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교체 쪽으로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