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자기만의 색깔을 내고 있다는 것, 그로 인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팀 컬러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남FC를 이끌고 있는 '초보' 김남일 감독은 현재까지 꽤 의미 있는 데뷔시즌을 치르고 있다. 시즌 초반 뜻밖의 상승세도 타봤고, 그 이후 고통스러운 4연패 하락세도 경험했다. 이렇게 거친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무너진 건 아니다. 여전히 투지와 의욕이 살아있는 모습이다. 김 감독은 계속 공격적인 자신의 색깔을 팀에 입히고 있다.
그런 긍정적인 분위기가 극명하게 나타난 것이 바로 지난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전북 현대전이었다. 전북은 지난해 우승의 에너지를 그대로 간직한 리그 1위 팀이다. 누가 봐도 어려운 상대였다. 하지난 성남은, 더 정확히는 김남일 감독은 '쫄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세게 나갔다. 김현성을 원톱으로 세우고 유인수 박태준 이재원 이태희 등 젊은 미드필드진으로 공격적인 진형을 구축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강팀인 전북을 상대로 맞불을 놓는 다소 무모한 라인업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겁 없는' 시도가 상대의 허를 찌르는 묘수가 됐다. 이날 성남은 휘슬이 울리자마자 일제히 위쪽으로 치고 올라가 전북을 압박했다. 매우 공격적으로 라인을 올린 채 간결한 패스와 타이밍 빠른 슛을 날렸다. 결국 킥오프 3분만에 이재원의 선제골이 터졌다.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공을 잡은 이재원은 중앙쪽으로 움직인 뒤 공간이 나오자 지체없이 오른발 강슛을 날렸다. 당황한 전북 송범근 키퍼가 날았지만, 공은 골문 우측 코너에 꽂혔다.
성남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계속 추가골 기회를 노렸다. 전북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전북 벤치의 당황스러움이 그라운드에 투영됐다. 결국 전반 추가시간에 박태준의 골까지 터지며 성남이 2-0으로 전반을 마쳤다.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계속 강조한 '패기의 에너지'가 전반 내내 전주성을 휩쓸었다.
문제는 후반이었다. 전반의 그 좋았던 흐름이 일순간 사라져 있었다. 오히려 어슬렁거리다 상처를 입은 전북이 야성을 되찾아 성남을 무섭게 몰아붙였다. 전반과는 정 반대의 양상이 나타났다. 2골의 성과에 취한 성남은 이내 리드를 지키지못했고, 간신히 무승부로 승점 1점을 챙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전반의 손익와 후반의 손해, 합쳐보니 제로였다. 그러나 대어를 잡았다가 놓친 입장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김 감독 또한 이 결과에 아쉬워했다. 그는 "전반에 뜻하지 않게 부상자가 나오면서 밸런스가 깨진 게 아쉬웠다"고 밝혔다. 그래도 표정이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다. 보완점과 가능성을 동시에 발견했기 때문이다.
분명 성남이 전북전에 보여준 '패기'와 공격적인 전술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시켜나가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동시에 세밀한 경기 흐름의 조율, 선수들의 체력 및 부상 관리. 승부처에서의 결정력 등은 좀 더 다듬어야 한다. 강팀 전북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싸웠다는 건 앞으로 훨씬 더 잘할 수 있다는 예고편일 수도 있다. 대신 보완점이 해결돼야 한다. 김 감독과 성남 선수들이 숙제를 해결하고 발전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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